작년 12월부터 민간 양측 FTA 공동연구…이르면 10월 정부협의 추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EAEU FTA 협상에 탄력이 붙어 새로운 '경제영토 확장'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EAEU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일종의 '관세 동맹'으로 회원국 간 수출입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공동 대외관세를 적용한다.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5개국으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총인구는 1억8000만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6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EAEU간 FTA 공동연구가 FTA 체결을 위한 본격적 협의로 발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EAEU는 올해 10월 베트남과의 FTA가 발효될 예정이며 이집트, 이스라엘, 인도 등과 공동연구 작업을 벌인 바 있다.

한국도 지난해 12월부터 한-EAEU FTA 공동연구를 진행, 지난달 30일엔 모스크바에서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러시아 대외무역아카데미(RFTA)가 한-EAEU FTA 민간공동 연구를 마무리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한-EAEU 양측은 빠르면 10월쯤 정부 간 협의를 개최해 공동연구 절차를 공식 완료하고 국내 절차, 협상 시기와 범위 등 FTA 협상에 필요한 후속 조치를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은 FTA 협상을 개시하려면 통상절차법상 공청회와 국회 보고 과정을 거쳐야 하고, EAEU는 각 회원국의 국내 승인이 필요하다.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과 FTA를 체결해온 한국은 현재 52개국(15건)과 FTA 체결을 마무리했다.

지난해에는 중국·베트남·뉴질랜드 등 양자 FTA 체결에 힘썼다면 올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 다자간 FTA 체결과 신흥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다자간 FTA 체결은 악화되고 있는 수출 시장의 여건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한-러 간 부진했던 교역과 투자를 늘려 양국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실제로 한-러 간 교역은 1990년 수교 이래 꾸준히 증가하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유가 하락과 서방 경제제재 등으로 러시아 경기 침체를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 경제는 농업, 산업생산, 운송업 등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경제성장률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3.7%)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2%로 감소세가 약해졌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1.5%까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또한 푸틴 대통령이 극동지역 개발을 경제발전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한국과 합작해 나갈 분야가 많다. 극동 러시아는 천연가스·석탄·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러시아에 의류, 난방기 등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주로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승용차·자동차 부품·합성수지 등 기술집약적 품목으로 바뀌었다. 

수입품을 살펴보면 원유·나프타·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전체 70% 이상을 차지해 양국은 '상호 보완적' 무역구조를 갖고 있어 FTA 체결을 통한 관세 철폐와 무역 확대의 이점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