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이슈까지 비전문가가 나서 설쳐…맞장구 치는 언론이 더 문제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방송인 김제동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동북아의 평화'를 주제로 얼마 전 명동 성당에서 강연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헛웃음이 났다. 안보전문가들 강연에나 어울릴 법한 제목인데 김씨가 이런 제목으로 강연까지 했다니 좀 당황스러웠다. 강연이 아니라 혹시 사드 반대 개그 만담을 한 것은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김제동은 일찍이 성주에 내려가 "대통령도 외부세력"이라는 대단한 개그를 친 적도 있다. 김씨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보통 이런 종류의 강연은 해당 전문가들도 대중 앞에 서기 전에 더 공부하고 충분히 준비해야만 하는 쉽지 않은 내용이다.

김제동 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드에 관해 자기 의견을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에 관련한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겠다는 사람이 내키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은 곤란하다. 시위현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전문성이 담보돼야 할 주제의 강연에서 비전문가가 나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게 되면 대중선동으로 흐르기 쉽다.

민중의소리 등이 보도한 김제동의 그날 강연은 역시나 대중선동에 불과했다. "무기체계에 대해 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사람 둘이서 싸울 때도 무언가(무기)를 더 많이 들고 싸우면 좋겠지만 가지고 있을 때 더 큰 피해가 예상 된다면 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상대가)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승리"라고 말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무기체계에 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대중에게 묻는 김제동은 혹시 자신을 성자(saint)로 여기는 게 아닐까. 김씨 주장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우리 국민을 향해 발사해도 우리가 대응하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되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똑같다.

이 나라가 정상적이라면 유치원 아이들도 비웃을 이런 한심한 주장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위 먹은 사내의 농담쯤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헛소리들이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 방송인 김제동이 얼마전 명동성당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동북아의 평화'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사드배치 반대 주장을 폈다. 앞서 김씨는 성주를 찾아 사드반대 연설에서 "대통령도 외부세력"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캡처

'김제동 영웅 취급' 나라 말아 먹을 언론

김씨가 했다는 발언을 더 보자.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15년 20년 후에 미국·중국이 비슷한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해 통일 한반도 시대를 열어야 한다" "(양국 간 균형을 맞춰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캐스팅보트(중간 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균형을 잡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동북아에서 평화를 이끌 열쇠를 가질 수 있다" "균형 잡힌 힘을 가지려면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 최소한 인구 7천만 정도로 내수 경제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2차 산업혁명 수준인 북한에 국내의 2·3차 자본·기술을 사용하면 한국 경제가 4차로 가는 문명대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이 비슷한 힘의 균형을 이루게 만들어 통일 한반도를 연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가 대한민국 중심으로 돈다는 말 만큼 반박할 가치도 없는 망상적 상상에 불과한 이야기들뿐이다.

필자가 정말 화가 나는 건 김제동의 말장난이나 같잖은 선동 따위 때문이 아니다. 김씨가 정치 이념적 자기 패들과 대중의 인기를 의식해 늘어놓는 이런 유치한 궤변들을 퍼 나르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는 식으로 띄워주는 개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한심한 언론들의 행태 때문이다.

"북핵과 미사일을 반대하고, 싸드보다 북핵은 더 잘 방어하고, 지역주민들과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낭만적이고 경솔하게 보이시나요?"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기를 들지 말아야 한다는, 솔직히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한 방송인이 써 갈긴 이런 SNS 글을 옮기고 "우리 아이들의 생명 앞에서는. 손자 손녀의 생명 앞에서는. 아빠가 전문가이고. 엄마가 전문가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문가에요"라며 국가안보 문제를 감성팔이로 원천봉쇄하는 삼류 선동가를 영웅 취급하는 언론 때문이다.

전문가 지식인 집단이 나서야 하는 이유

책임자들은 또 있다. 김씨 같은 부류들의 헛소리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여론을 한쪽으로 끌어가도 침묵해온 지식인 전문가 집단이다. 김제동이 "사람을 괴롭게 하는 정책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허황된 궤변으로 사드 반대 선동을 하면 전문가들은 이걸 지적하고 꾸짖어야 한다. 비전문가가 국가의 중요한 이슈를 휘어잡고 선동하고 끌고 가는 사회 왜곡을 전문가들은 똑바로 잡을 책무가 있다.

북핵에 대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에 불과한 사드 하나를 마치 괴물을 들여다 놓는 것처럼 온갖 궤변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전문가들이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식한 대중 탓하며 그들만의 고담준론과 플랫폼을 고집할 게 아니라 방송이든 신문이든 시사든 예능이든 가리지 말고 대중의 언어로 좌파와 허위세력의 궤변을 깨부술 수 있어야 한다. 김제동 하나에 사드 여론이 휘청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이 나라 현실에 지식인과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가슴을 치고 반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컨대, 언론은 이 나라가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나라가 될 지경에 이른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김제동은 돼도 문재인은 안 된다'란 칼럼에서 사드 반대자들의 허점을 정확히 지적한 중앙일보 전영기 논설위원은 김제동은 돼도 문재인은 안 된다고 했지만, 틀렸다.

김제동과 같은 얼치기들이 사드 반대와 동북아 평화를 강연하고 대중이 거기에 박수를 치는 시대다. 문재인과 같은 대권주자들이 그런 대중의 박수를 받는 얼치기 선동가들의 논리를 오히려 그대로 따라가는 역주행의 시대다. 비전문가가 나서 주제넘은 강연으로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현실은 언론이 나서서 신랄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송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리는 김제동씨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방송인의 순수성을 가장해 이슈마다 나서서 선동하는 김씨는 애매한 위치에서 기만적인 언행 그만해야 한다. 특정한 정치 이념 세력의 전위부대처럼 굴면서 대중문화인의 순수한 사회참여처럼 가장하는 것은 역겨운 삼류정치 못지않다는 점 알기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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