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불체포특권 폐지론, 안보 협조요청 비난…'대기업 탐욕' 언급엔 반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본격 시작된 5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연설 내내 야권의 비아냥과 고성, 고의적인 소음 발생 등으로 산만한 분위기였다.
 
야권은 40여분간의 연설 동안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야(野)편향 개회사'와 관련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실 집단 항의방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소란을 일으켰다. 연설에 앞서 정세균 의장이 개회사 파문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여당 의원들의 여러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한 직후였다.

방청석에 앉은 일부 취재진과 시민들이 연설 초반부터 "왜 이렇게 소란스럽냐"는 불만섞인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대표연설 내내 소란이 이는 모습은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야당 의석에선 지속적으로 고성과 비아냥대는 언사가 튀어나왔다./사진=미디어펜


우선 이 대표가 국회의원의 '갑질 행태'를 꼬집고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할 때 더불어민주당 의석 일대는 술렁이기 시작, 이어 '일부 정치인들은 민생현장 방문을 사진 찍기용 행보로 이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고 하자 "자기 말만 하고있네"라는 비아냥이 튀어나왔다. 

이후 "정치에 관한 한 '우리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슬픈 국민'이라고 한숨을 쉰다"는 대목에선 한 여성의원이 날카로운 고성을 내며 반발했고, 이 대표가 가칭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고 제안할 때도 더민주 의석에선 일부러 내는 듯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설훈 더민주 의원은 이 대표가 사드 배치나 사이버테러 대응 등 안보 문제에 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자 "안보를 위해서 그러면 안돼요!"라고 소리쳤다.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무상 현금복지 정책 등을 매표행위라고 비판하는 대목에선 "선동하지 말라" 등 비난이 제기됐다.
 
당의 입장에 부합하는 언급에 대해선 반색하며 박수를 보내는 등 냉·온탕을 오가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가 '극히 일부 대기업 경영자들의 무분별한 탐욕'을 언급하거나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직후 더민주 의석에선 박수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야권을 향해 '사실상 대기업과 권력투쟁을 하는 방향이라 걱정'이라고 지적할 땐 곧바로 얼굴색을 바꿔 "앞뒤가 안맞아요"라고 쏘아붙였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발의한 노동법을 야당은 왜 반대만 하고 협조를 안 해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할 땐 대거 야유를 보냈다.
 
파견근로자법 입법의 당위성을 설명할 땐 변재일 더민주 의원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야"라고 비아냥댔고, 또 다른 의원은 "공부 좀 하세요"라고 비난했다. 세월호와 지하철역 참사 등 안전사고 대책 마련 필요성을 주장할 땐 "정부는 뭐하는데"라고 끼어들었다.

이 대표가 지난 2008년 광우병 괴담 소동과 관련 '지금 미국 소 먹고 입원한 환자 한 명도 없다'고 지적할 때에도 더민주의 한 의원이 큰 소리로 비웃음을 보내는 등 수시로 튀어나오는 '불량 경청' 행태는 가지각색이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한편 일부 대목에서 일제히 이 대표에게 박수를 보냈고, 이전과 같이 연설 도중 "잘했어요" 등의 추임새를 넣는 행동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야당 의석에선 지속적으로 고성과 비아냥대는 언사가 튀어나왔다. 반면 자당 입장에 부합하는 언급이 나올 땐 반색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사진=미디어펜


'미국 소' 언급 이후 야당 의석은 비교적 잠잠했으나, 이 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사이 윤소하 정의당 의원 벌떡 일어나 삿대질과 함께 "의장실 점거 사과하고 가라"는 등 10여초간 소리쳤다.

보다 못한 정세균 의장이 나서 "대표연설을 하는 동안엔 경청하는 자세를 좀 가져달라"고 하자 윤소하 의원은 "(연설) 끝나고 얘기했어요"라고 강변했다.

정 의장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박수도 몰아서 마지막에 한번만 쳐주시길 부탁드렸는데, 만약 중간에 박수를 치게 되면 교섭단체별로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대표가 나올 때 박수를 치게 돼 대표연설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