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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단연 빅토르 안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 소식보다 온라인상에서 더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논쟁은 단연 ‘빅토르 안’과 빙상연맹 간의 “누가누가 잘했나?”이다.
결론적으로 대다수 누리꾼들은 ‘빅토르 안’을 응원하고, 빙상연맹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간혹 빙상연맹을 옹호하는 기사나 댓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마저 빅토르 안이 러시아에 귀화한 이유를 캐물으며 빙상연맹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에 올림픽이 끝나면 관계당국은 빙상연맹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유사하게 온라인상에서 압도적으로 비난을 받았던 사례는 역시 작년에 벌어졌던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이었다. 남양유업 한 직원이 나이가 지긋한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 퍼져 남양유업은 정말 파렴치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비판에 가세하고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고 관계기관은 전방위적으로 남양유업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락하였다.
남양유업의 경우 작년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1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시가총액이 8000억원 중반대였다. 하지만 ‘욕설 파문’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30% 정도 하락해 주가는 861,000원에 시가총액은 현재 6,199억원(2014.2.17)에 불과하다. ‘욕설 파문’에 대한 남양유업의 부적절한 대처로 2000억원 이상의 주식이 공중분해 된 것이다. 더욱이 남양유업 대표와 회장 모두 탈세 혐의로 기소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일어 실제로 매출액의 감소로까지 이어진 전형적인 온라인 평판 관리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
남양유업은 ‘욕설 파문’에 대처하는데 어떤 실수가 있었을까?
첫째, 남양유업은 기업 소셜미디어(SNS)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대응팀이 없었다. 욕설 녹취 파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에 올라와 유포되고 있었는데 남양유업은 수수방관하였다.
둘째,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늦었다. 이미 사태가 악화된 뒤의 사과는 가치를 상실하는 법이다. 당연히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 받았고, 오히려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셋째, 연간 500억원 기금을 내놓는 상생방안을 제시했지만 아무런 감동이 없었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전형적인 사례였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남양유업이 망할때까지”였다. 이미 누리꾼들은 남양유업에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위의 지적은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보편적인 지적사항들이다. 필자가 보는 남양유업 대응 최악의 실수는 바로 ‘욕설 파문’에 대한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데 있다. 누리꾼들이 남양유업을 비난하는 논리에는 사실 많은 허점이 있었다. 욕설 녹취 파일은 영업사원의 동의 없이 피해점주가 몰래 만든 것이다.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실제로 어떤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 봤어야 했다.
우리나라 모든 본사와 대리점주와의 관계가 갑을 관계는 아니다. 갑을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을인 대리점주가 갑인 본사에게서 많은 혜택을 볼 때 가능하다. 즉, 별 볼 일 없는 본사 직원들은 대리점주의 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대리점 매매에는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 대리점이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중 이렇게 안정적인 대리점(혹은 가맹점)이 많지 않다.
남양유업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누리꾼들의 불매운동 논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남양유업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우유나 유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지 본사와 피해 대리점주와의 분쟁인데 누리꾼들의 불매운동은 과한 측면이 있었다.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으로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강조했어야 했다. 실제로 아무런 죄가 없는 남양유업의 직원, 전체 대리점주, 납품 축산농가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또한 불매운동이 결과적으로 다른 경쟁업체에게만 이로운 일이고, 국민 절대 다수에게는 아무런 이로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의 평판과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새로 열린 중국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남양유업의 온라인 평판 관리 실패 사례를 빙상연맹도 똑같이 답습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빙상연맹이 ‘빅토르 안 파문’에 대처하는데 어떤 실수가 있었을까? 첫째, 연맹 차원의 소셜미디어(SNS)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대응팀의 부재이다. 연맹은 올림픽 전부터 자신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소리를 전혀 듣고 있지 않다. 둘째, 연맹은 묵묵부답이다. 사과를 하던, 해명을 하던 적극적으로 누리꾼들의 요구에 답을 했어야 했다. 셋째, 안 선수 파문에 대한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연맹 관계자들은 대부분 소치에 거주하며 ‘빅토르 안 파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빙상연맹은 위와 같은 ‘빅토르 안 파문’에 적절한 온라인 평판 관리의 부재로 치를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남양유업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현재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위의 원론적인 대처 외에 빙상연맹이 취해야할 온라인 평판 대처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남양유업과 마찬가지로 ‘빅토르 안 파문’에 대한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냈어야 했다.
지난 11일 MBN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와 빅토르 안 선주 중에 누구를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대다수(66%)는 당연히 한국선수라고 답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절대다수의 누리꾼들이 빅토르 안을 응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 국민과 온라인상의 여론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누리꾼’의 성향에서 비롯된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갑의 횡포에 희생된 을’이란 이야기에 거의 광적으로 반응한다. ‘남양유업에 희생된 대리점주’ 혹은 ‘빙상연맹에 희생된 빅토르 안’이란 신파극은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딱 들어맞는다. 빙상연맹 입장에서는 역으로 일반 국민과 온라인상의 여론의 간극을 파고들었어야 했다.
빙상연맹의 본질은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잘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단체에 불과하다. 빙상연맹은 말 그대로 방상선수와 선수단의 연맹체에 불과할 따름이다. 빙상연맹을 비판하는데 등장하는 ‘한체대와 비한체대의 파벌싸움’, ‘짬짜미’, ‘코치의 성추행 의혹’ 등은 연맹이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빙상연맹이 무슨 악의 화신인 것처럼 거의 핵폭탄급으로 비난하고 있다. 빙상연맹 입장에서는 책임소재 부분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즉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지만 도를 넘은 과한 비난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대처했어야 했다.
또한 빙상연맹은 빅토르 안과 부친은 아무런 잘못도 안 하고 “일방적으로 왕따를 당하고 매도당한 희생자”란 프레임에 갇혀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 참고로 안현수는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또 올림픽 4개의 메달(금3, 동1)로 연금 1억 5450만원을 일시불로 받았고, 3관왕에 대한 포상금 1억6000만원까지 추가로 받아 돈방석에 앉았다. 더구나 안 선수는 러시아 귀화 직전인 2011년 7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월연금을 일시불(4800만원)로 받아 챙겼다. 안 선수는 다른 빙상선수들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가 빙상연맹 탓이라는 논리는 사실 비약에 가깝다. 빅토르 안은 부상을 당하여 벤쿠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고, 설상가상 소속팀이 해체되어 오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었다. 빅토르 안 선수는 재기를 위해서, 자기 자신의 올림픽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을 떠난 것이다. 이 점을 빙상연맹이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영웅 안현수’를 러시아로 추방시킨 역사적 죄인이 되고 있다. 누리꾼의 파상적인 공격에 빙산연맹과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공멸하는 사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선의의 희생자는 대한민국의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될 것이다. 여기에 비극이 있다.
온라인 평판 관리를 업으로 하는 필자는 그 어떤 사건이던지 100:0으로 완벽하게 한쪽이 잘못한 경우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도 잘잘못을 따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하물며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대부분 갑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갑이 오만하거나 아니면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화를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제 대한민국에 연예인, 정치인, CEO와 같은 공인과 회사, 단체, 정부와 같은 조직은 중무장한 누리꾼의 사정권안에 들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수 하나가 조직 전체를 궤멸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앞으로도 더욱 자주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누리꾼은 건강한 사고를 가진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즉, 상식에 준하여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을 하면 될 것이다.
남양유업과 빙상연맹 온라인 평판 관리 실패를 교훈 삼아 대처를 해야 한다.
1. 소셜미디어(SNS) 위기관리(Risk Management) 대응팀을 갖추고 누리꾼의 자사에 대한 평판(Reputation)을 모니터링한다. 2. 위기 시 빠른 대처를 한다. 늦은 대처는 조직이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3. 보상은 누리꾼의 예상을 뛰어넘는 발상이 필요하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보상이나 대처는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4. 일방적으로 매도를 당하는 경우 빠르게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유포시켜야 한다. 악성 루머도 장시간 온라인상에 노출되면 그것이 진실로 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대한민국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이다. 온라인 위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승범 맥신코리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