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위기 정부책임론 일관…"북핵, 유능한 외교로" 그쳐
경제민주화 이름뿐, 법인세인상·임금인상·부자증세 '재탕'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에 나서 "민생경제"와 "민생안보"를 잇따라 강조하며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보수정권 비판에 머물렀다.

여권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낡은 성장정책"이라고 치부, 경제난의 원인으로 돌리는 한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를 "강풍정책"에 비유하며 북한 핵 고도화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미래 성장전략과 관련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긴 했으나, 정작 현재 정부·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 시행 중인 청년고용할당제의 대기업 확대 적용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미래 비전 제시는 결여됐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재 경제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더민주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경계경보도 울리고 공습경보도 울렸지만 두 정부는 지난 8년동안 방치만 하고 있다가 글로벌 바다에서 밀려오는 심각한 비상경제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을 다 까먹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일한 만큼 대가를 주지 않고 부동산 거품경제에만 의존해선 민생경제는 더욱 파탄나고 성장 잠재력은 더욱 고갈될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경제대응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추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진작에 패러다임을 전환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했다"며 "중국마저도 포기해버린 수출 중심의 낡은 성장전략에 여전히 집착했기 때문이다.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전략은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며 '추미애 표' 대안을 제시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2%대 저성장은 이제 우리 경제의 대전제가 됐고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4%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목표가 바뀌면 해법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면서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가계 소득을 늘려 지출여력을 확보하고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이어 "OECD(국제협력개발기구)가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부자증세 조세개혁과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권고했다"면서 "더민주의 입장과 같다"고 '부자 증세'를 또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단골메뉴인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수백조원' 주장을 내세우며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 이를 '법인세 정상화'라고 일컬었다.

추 대표는 나아가 "1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이라고 지목한 뒤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함께 나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임금 인상과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국회가 나서기 전에 대기업 스스로 검토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청년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파고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할 소중한 보배"라며 "'청년 인큐베이팅'을 정부와 대기업에 요구한다"면서 "대기업이 나서서 청년고용 5% 할당제를 추진하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날 제시한 근로자 임금 인상·법인세율 인상·부자 증세·청년고용할당 등은 일견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당 주류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이날 안보 문제에 관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의 책임을 보수 정권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보수 정부 8년은 햇볕을 버리고 강풍을 택했다. 그러나 강풍정책으로 북핵이 고삐풀린 괴물이 됐다"며 "햇볕정책 아래에서 통제 가능했던 핵이 예측불허의 재앙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차관 및 지원금액 합계가 약 5조7173억원이라는 막대한 액수로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약 7278억원)의 지원 수준의 8배에 달한다.

이같은 막대한 자금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북핵 개발로 전용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8년동안의 북핵 고도화를 보수 정부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상당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추 대표는 또 "더 한심한 건 외교"라며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아놓은 4강 외교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 배치 결정을 "강풍정책과 외교무능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어낸 패착"으로 규정하고 "군사적으로 무용지물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등돌리게하기 때문"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반성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낡은 안보관이 문제"라며 "안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안보를 구실로 방산비리와 같은 부정부패를 일삼고, 안보를 이유로 국민을 이념으로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정략적 안보'로 몰아붙이면서 사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방산비리마저 정부 탓으로 일관했다.

사드 반대를 공개 천명한 추 대표는 "안보와 경제가 함께하는, 외교적으로 유능한, 기업활동과 국민 생업을 지키는, 이념대립보단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추구하는 안보가 바로 더민주가 추구하는 민생안보의 길"이라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넘어갔다.

정부·여당 탓으로 일관한 추 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오히려 같은 야당에서 미래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거나, 모든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인 정치권의 자기반성에 눈감았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생을 우선으로 하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 특히 현재의 구조적 문제인 격차와 불평등, 미래의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당대표로서 거시적 비전이나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인 정치권에 반성에 대해선 침묵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 제시 역시 부족하다"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남 탓만 하고 있을 뿐 더민주와 추 대표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은 추상적 언급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집중 공세 대상이었던 새누리당은 이날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러 비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오늘 진단에 따른 대안을 내놓고 협치의 산물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달라"고 비판으로 맞대응하는 대신 '일하는 국회'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다만 사드 문제에 대해선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맞춤 요격용 체계"라며 "안보와 국익 외의 다른 이해(利害)들은 뒤로 미루고 위기 앞에 하나돼 물샐 틈 없는 국가안보태세를 갖춰나가길 기대한다"고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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