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감귤이 핵무기 되진 않아…정상회담 시도로 외교 주도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와 남북 정상회담 추진, 개헌에 나설 것을 박근혜 정부에 요구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대표연설을 통해 우선 "먹지 않는 쌀을 보관하는 데만 지난해 약 2000억원이 들었다"며 "2007년 40만톤을 끝으로 중단된 대북 쌀 지원을 제주도 감귤과 함께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쌀 지원을 포함한 대북지원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쏘는 데 응징을 못할 망정 쌀을 퍼주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렇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반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북한은 이 기간 동안 무슨 수로 핵을 진전시켰는가. 쌀과 감귤이 핵무기가 되진 않는다"며 "대북 쌀 지원은 굶주린 동포를 먹여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 농민을 살리기 위한 1석 3조의 대책"이라고 강변했다.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같은당 이태규 의원실이 전날(6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차관 및 지원금액 합계가 약 5조7173억원에 달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원액(약 7278억원)의 8배 수준으로 보수 정부 8년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무슨 수로 핵을 진전시켰나' 등의 발언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잔여임기 1년 반 동안 대통령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빠른 시일 내에 남북정상회담과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외교·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일 수록 우리의 문제인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사실상 혈맹국인 미국을 대북문제에서 배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록 실패할지라도 정상회담을 시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외교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이 추진한다면 국민은 비판보다 갈채를 보낼 것"이라고 '대북 낙관론'을 설파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결정에 철저히 소외된 국회도 대북 통일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국회와의 협의 채널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의장이 대북정책 협의채널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개헌에 대해선 "블랙홀이 아니라 국가개조 프로젝트이고, 협치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는 개헌도 대통령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승자가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패권정치를 끝내겠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이른바 '외치 대통령-내치 총리'로 알려진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 행정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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