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못할 주장 전부 받아들여 유죄…노상강도 당한 느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8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노상강도를 당한 느낌"이라고 분개하며 "항소해서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의 1심 결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은 직후 법정을 나와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은 저승 가서 성완종한테 물어보겠다"며 "돈은 엉뚱한 사람에게 다 줘 놓고 왜 나한테 덮어씌웠는지 물어보겠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재판부를 겨냥해선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납득하지 못할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서 유죄를 선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일명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과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 만으로 실형이 선고된 격이기 때문이다.

그는 "1심 유죄는 별 의미가 없다. 항소심, 대법원도 있다"며 "오늘 유죄 판단은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민과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노상강도 당한 기분이다"고  재차 밝히며 "실체적 진실은 저승 가서 (성 전 회장에게)물어보겠다"고 한 뒤 승용차에 올라 법원 청사를 떠났다.

앞서 이날 선고 직전 눈을 감은 채 재판부가 오길 기다렸던 홍 지사는 선고 결과를 듣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1년2개월만에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감안해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실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홍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날 판결은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윤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이뤄졌다.

윤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회사 직원으로 범행에 기여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과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유력 정치인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며 불거졌다.

홍 지사와 함께 리스트에 올라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올해 1월 유죄가 인정돼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이달 22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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