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스스로 구조조정" 부실자산 독립회사 매각·국책은행 민영화 제안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경제학과 교수 출신이자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8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대표되는 조선·해운업 부실의 근본 원인을 "정부 주도하에 국책은행을 동원해 부실을 연명해주는 구조조정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같은 구조조정 방식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DJ) 정부가 채택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국책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종석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언론과 정치권에선 대우조선 사태 원인을 방만 경영과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 등으로 지목하고 있으나, 이는 표면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사람'보다 '잘못된 구조'의 문제에 있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08년 이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산은 등 국책은행의 워크아웃 개시 시점은 일반은행에 비해 평균 2.5년 더 늦는 반면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보단 구조조정을 지체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해운업 부실의 근본 원인을 "정부 주도하에 국책은행을 동원해 부실을 연명해주는 구조조정 방식"이라고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미디어펜


아울러 "워크아웃 개시 후에도 주(主)채권은행이 일반은행인 경우 3년 이내 (기업의) 70%정도가 자산 매각을 실시한 반면 국책은행인 경우 33%만 자산 매각을 실시했고 인력 구조조정 강도도 더 낮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기업이 국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두면 구조조정 작업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것.

그는 "실제로 대우조선에 대한 국책은행의 신용공여 현황 자료를 봐도 일반은행들은 이미 2015년 초부터 대규모 부실 조짐을 간파하고 대출 회수에 나서 공여 비중을 줄인 반면 국책은행들은 계속 늘려간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말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신용공여액은 전체 공여액의 10.6%인 1조8000억여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7월 24.4%인 5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김 의원은 "현재와 같은 비효율적 정책금융 시스템이 남아있는 한 대우조선 사태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진작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들은 연명하고, 성장가능한 곳에 투입돼야 할 국가재정은 낭비된다. 국민 혈세로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건 부도덕한 카르텔(담합조직)이 형성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기형적 정책금융체제가 견고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DJ 정부 시기의 잘못된 경제정책이었다"며 "(1997년) IMF 이후 기업 구조조정 자체는 필요한 것이었으나,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기보다 부채비율 200%, 자기자본비율(BIS) 8%와 같은 획일적 구조조정 기준을 적용해 대우조선과 해운회사같은 출자회사 및 자회사들이 양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관치경제를 버리고 자유시장경제로 진화할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물론,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이들 기업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이 임원으로 임명됐다"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게 근본적으로 당시 징벌적 구조조정의 여파와 전혀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부실 구조조정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독립된 기업구조조정 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토록 해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기능을 '전면 재검토' 해야한다면서, "정부의 간섭을 줄이는 근본 대책은 산은을 민영화하는 것"이라며 "대우조선 사태로 국책은행이 기업경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중장기적으로 민영화를 다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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