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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송희영 부패사건 진원지 조선일보의 양상훈 논설주간이 침묵을 깨고 독자에게 사과하는 칼럼을 올렸다. 이번 일로 분노한 독자들을 달래기 위해 안재홍 선생, 선우휘 선생 등등 조선일보 역대 쟁쟁한 주필들까지 소환한 꽤 감상적인 글이었다.
양 주간의 글은 송희영 전 주필 추문으로 인해 "차마 선배 주필들 사진을 쳐다볼 수 없었다"는 반성과 사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간 보수정론지란 명성에 걸 맞는 좋은 칼럼을 많이 써온 양 주간이 나서 기자정신을 먹칠한 이번 사건에 자괴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힌 것은 나름의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 주간 글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다. 송희영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송 전 주필 측근 박수환이라는 브로커와 친형 조카까지, 송희영 일가가 대우조선해양에 빨대를 꼽고 사적 이익을 취하는데 조선일보 지면이 동원됐다는 강력한 의혹에 대해선 아무 설명이 없다.
무엇보다 많은 독자와 국민들이 조선일보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해서 아무 언급이 없다. 세간에는 조선일보가 주필 등 고위간부가 연루된 부패사건을 무마하려고 우 수석에게 청탁을 넣었다가 안 통하자 찍어내려 했다는 의혹이 여전히 떠돌고 있다.
이미 수차례 지적했지만 조선일보는 7월 중순 우 수석 처갓집 강남땅 매매 의혹을 신문1면에 대문짝만하게 내면서도 취재보도의 ABC조차 지키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강력한 의혹 보도를 하면서도 당사자인 우 수석에게 묻지도 않았고 반론권도 무시했다.
게다가 기자들이 발로 뛴 기사라면서도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어떤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 막연히 카더라 하는 의혹을 막 던지는 것으로 지면을 우병우로 도배했다. 그리곤 우 수석이 한방에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버티니 군복무 중인 아들과 처갓집, 처제의 국적 문제까지 별별 의혹을 동원해 먼지털이를 했다는 것이 조선일보를 향한 시중의 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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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사임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총 경비만 2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유럽여행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송희영 전 주필 부인(왼쪽에서 세번째)이 대우조선 선박명명식에 참석한 후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진태의원실 |
본질 회피한 '사과 칼럼' 조선일보의 오만함 증명
양상훈 주간이 이런 의혹들에 대해선 전혀 해명하지 않고 '전 주필의 추문사건'에 엎드려 사과하겠다는 것은 그래서 핀트가 어긋난 것이다. 무엇에 대해 사과해야하는지 모르는 사과가 과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선일보는 아직도 자신들이 정직하게 무엇에 대해 말하고 털어놔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 생각엔 홍종인·최석채·선우휘와 같은 대언론인, 양 주간의 쟁쟁한 선배들은 고작해야 꼬리 자르기 밖에 안 되는 이런 궁색한 사과글에 자신들이 호출됐다는 것에 대해 더 통곡하지 않겠나. 백번 양보해 모두가 전 주필의 개인 일탈일 뿐이라고 해도 조선일보만큼은 그래서 안 되는 것이다.
송 전 주필이 직간접적으로 대우조선해양에 개입한 기간은 결코 짧지가 않다. 그런데도 내부에서 그동안 아무것도 몰랐다는 건 자정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있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면 조선일보 내 부패 언론인이 송희영 한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송희영 사건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필자가 '송희영 부패사건 진원지 조선일보'라고 표현한 것이 조선일보에게는 터무니없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송희영 사태를 개인의 일탈과 추문으로만 보고 송 전 주필과 관련되어 보인 지면 오남용과 지면사유화, 사라진 언론윤리, 비뚤어진 언론권력에 대한 반성과 해명이 없다는 점에선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가 이번 일을 1등 신문이라는 오만과 구조적 타락으로 보지 않고 개인 일탈로만 치부한다면 제2의 송희영 사건은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 양 주간은 조선일보 주필이 언론권력을 누리면서 퇴색한 기자정신을 조선일보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 참담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반성문을 다시 써야 한다. 양 주간이 국가와 국민에 악영향을 끼친 자사 주필이 주도한 언론권력형 일탈 사건을 직면하고도 일제와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꿋꿋했던 과거만 더듬어선 곤란하다. 현재 국민과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선일보의 정직한 참회록이 필요하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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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논설주간 양상훈 칼럼. |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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