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부실감사와 관련해 회계법인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늘면서 회계법인들이 손해배상 목적으로 준비해 놓는 재원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사업연도(2015.4~2016.3) 기준으로 155개 회계법인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대비해 쌓아 놓은 재원은 총 1조327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항목별로 보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적립한 손해배상 공동기금이 449억원으로 7.9% 늘었다.또 회계법인들이 내부적으로 쌓는 손해배상 준비금은 2천162억원으로 1년 새 6.2% 증가했다.

회계법인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 공동기금과 준비금을 떼어놓아야 한다.

'4대 회계법인'이 적립한 손해배상 준비금과 공동기금에서 삼일PwC 몫이 472억7천4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딜로이트안진 288억3천만원, 삼정KPMG 274억2천600만원, EY한영 158억7천100만원 순이다.

이밖에 31개 회계법인의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액(보험가액)이 1조659억원으로 9.8%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 700억원대 소송에 휘말린 안진은 올 6월부터 1년 기한으로 24억8400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전문가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3년간 감사업무 부실 등을 이유로 회계법인이 피소돼 종결된 사건은 총 5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건에서 회계법인은 일부 패소나 화해 등으로 54억2천만원을 물어줬다.

회계법인의 패소로 종결된 사건은 2014년(3월 말 기준) 8건에서 작년 12건, 올해는 31건으로 늘었다.

올해 3월 말 현재 회계법인이 피소돼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은 총 84건이다.

여기에 연루된 회계법인은 16곳이고, 소송가액은 1924억7000만원이나 된다.

한편 회계법인들의 2015사업연도 매출은 총 2조467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0.1%(2253억원) 증가했다.

업무별로 보면 세무에서 13.7%(955억원) 늘었고, 회계감사(8.6%)와 경영자문(8.1%)은 한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회계법인 전체 매출 중 4대 법인의 매출 비중이 51.2%(1조2천631억원)로 전년도(53.3%)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중소형 회계법인이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회계법인은 2013년(3월 말 기준) 127곳에서 2014년 134곳, 2015년 141곳, 올해 157곳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퇴사 후에 법인을 신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들이 2015사업연도에 수행한 개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 감사는 총 2만2478건으로, 전년도보다 7.0% 증가했다.

4대 법인이 수행한 개별 재무제표 감사는 1.6% 줄어든 4822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