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핵무장' 김문수 '공수처'…김무성·오세훈 프레임 확보노력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의 잠룡들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모병제, 개헌, 미래 성장전략 등 각종 국가·정치적 이슈 주도권 선점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일부는 공방을 벌이기도 하면서 대권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모병제 도입 주장에 대해 유승민 의원이 "우리나라 안보 현실에서 정말 말이 안 되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직격타'를 맞은 뒤 유 의원의 태도를 "정의의 독점"이라며 '전체주의'에 빗대 민주적 소양까지 문제삼는 한편 공개 토론 제안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남 지사는 그동안 분권형 대통령제, 행정수도 이전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과 함께 정부·지자체가 중소기업의 유통과 판로 개척을 돕는 공유적 시장경제를 제시한 데 이어 최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원내대표 시절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청와대와 한껏 대립각을 세웠다가 탈·복당 이후 몸을 낮췄던 유 의원은  남 지사의 모병제를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를 갈 수 있다"고 '불의'로 규정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남 지사는 "정의에 대해 논쟁하자"고 대응하는 등 모병제 논쟁이 '정의'라는 가치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대권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원유철 의원도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모병제 논란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남 지사를 겨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원 의원은 당내 대표적 핵무장론자로서, 최근 일명 '핵포럼'을 결성하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조건으로 우리나라가 즉각 핵무장에 돌입하도록 하자는 '핵 트리거(trigger·자동조치)' 선언을 주창하는 등 안보에 관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세대 먹거리 산업을 모색하기 위한 국가 미래전략포럼(일명 알파포럼)을 결성해 미래 전략 논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다른 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최근 인터넷 방송인 '김문수 TV'를 통해 연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대권 가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해온 김 전 지사는 지난 4일 '김문수 TV'에서 여권 잠룡 가운데 처음으로 공수처 신설을 공식 주장했다. 이후 유 의원이 두 번째로 공수처 신설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11년여만에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본격 시행된 4일 "남북관계 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며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의 등불이 되길 빈다"고 당부하는 한편 6일 체불임금근로자의 체불임금을 정부가 사용주 대신 우선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야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1%에 대한 99%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발언을 겨냥해서도 8일 "서울시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최고지도자인데 미국에서 선동성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비판해 대야 비판의 끈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상위권에 있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슈 쟁탈전에 슬슬 뛰어드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는 앞서 청와대와 친박계를 '극우'로 규정, 대립각을 조성해 존재감 부각을 시도하면서도 지난 7월 사드 배치 문제에는 비교적 강경한 목소리를 내 야권 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한 바 있으며, 8월 전국을 돌며 '민생 배낭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6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정면 비판하는 김종석 의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경청했고 7일 저출산·고령화 문제 논의를 위한 측근 김학용 의원의 '미래혁신포럼' 토론회에 참석, 9일 자신이 직접 '해양 스마트시티 2030 구상'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8·9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김무성 계 오더투표 문자메시지' 폭로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뒤여서 대선 출마 여부는 물론 공수처 신설 등 예민한 이슈에 대해 말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대권 행보를 천명할 적당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시장은 '감당할 수 있는 복지'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그는 8일 인천경영포럼 주관으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노인수당·무상급식 공약 등을 "표가 필요할 때 내세우는 단편적인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보편적 복지는 감당할 수 있는 재원 범위 안에서, 취약계층부터 시작해 중산층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금 지급 방식보단 일자리 창출 등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과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직 사퇴 계기였던 무상급식에도 여전히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구에 '공생 연구소'를 열어 각종 정책을 구상 중이며,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저서 '왜 지금 공생인가'를 출간해 정책의 얼개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4·13 총선 무렵부터 대권 의지를 밝혀 온 정우택 의원은 지난 6월1일 20대 국회 재정·경제 분야 1호 국회 연구단체로서 '미래성장경제정책포럼'을 창립했으며, 7월 5일 창립총회 및 초청 강연을 가진 뒤 이달 5일 국회에서 제2차 정기 세미나를 개최 했다.

정 의원은 아직까지는 도정에 전념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언제든 대선 이슈 경쟁에 뛰어들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5월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세운 이래 새누리당 친박계와 더불어민주당 친문계를 양극단으로 규정하고 제3지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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