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엄청난 도발" 정진석 "'불길한 예감' 현실화…대응체제 필요"
당 논평 통해 "근본적 자구책 검토" 원유철 "즉각 핵무장 돌입"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일 '역대 최대 규모'로 전해진 북한의 5차 핵실험 발발과 관련 "이제 북한의 핵능력이 기정사실화됐다. 더 이상의 당파적인 안보논란은 종식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정오쯤 국회에서 북한 5차 핵실험 관련 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자청, 이같이 밝히고 "이제 북한 핵에 대응하기위한 새로운 체제를 우리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이 지난달 24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조만간 북한은 제5차 핵실험을 끝내 감행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언급한 사실을 들며 "오늘 (예감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불길한 예감'에는 이정현 대표도 주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11시쯤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취임 한 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정 원내대표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최근 '매우 높다'는 얘기들을 해왔다"면서 "(북핵 관련)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12시에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1월6일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에 핵실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8개월 만에 엄청난 도발을 또 감행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출국하면서 공항에서 '북한의 여러 동향이 간단치 않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지금 핵실험을 포함해 아주 위험한 도발을 끝간데 없이 하고 있다"며 "우리 일상에 일어나는 사건사고 중 하나로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위중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새누리당은 9일 오전 9시30분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정오쯤 긴급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사진=미디어펜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를 개최하기에 앞서 염동열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했다.

염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파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온 인류에 대한 도발이고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며 즉각적이고도 고강도의 국제사회 응징이 절실하다"며 정부엔 "유엔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 체제를 최대한 가동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공동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우리 스스로의 강력한 자구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도 주시하고 있다"고 '자위적 핵무장'에도 나설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특히 국론 분열을 야기하는 어떤 행동도 경계해야 한다.안보는 군만의 책무가 아닌 온 국민이 함께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사진)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강행 소식이 타전된 직후 성명서를 냈다./사진=미디어펜


당내 대표적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북한 핵실험 소식 직후 성명서를 내 "북핵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핵무장 프로그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보다 앞서북한의 5차 핵실험 발발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핵무장론(핵 트리거)을 주창한 바 있다.

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핵실험은 더 이상의 유엔안보리, 국제사회 제재와 우리 국회의 규탄 결의안 만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억제가 불가능하단 걸 반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핵보유 밖에 없다. 우리도 평화 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준의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한편 사드 배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한미 당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는데, 이를 반대한 중국은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고, 찬반 논쟁에 휩싸인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북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로 정권 수립 68주년(9·9절)을 맞은 북한이 오전 9시30분쯤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규모 5.3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한 청진 남서쪽 84㎞ 부근으로 함경북도 길주근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이다. 진원의 깊이는 0㎞로 기록됐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북한시간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9시30분) 북한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고, 미국지질조사국(USGS)와 중국지진센터도 각각 규모 5.3, 5.0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진 규모가 5.0(기상청)으로 파악되며, 위력은 10킬로톤(kt) 정도로 추정된다"며 "현재까지 핵실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