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핵개발에 "현정부 대북정책 실패" 주장도…대안도 추상적 구호 그쳐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북한이 이례적으로 8개월 만에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당일(9일) 야권은 '초당적 협력'을 부르짖으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대북 규탄·핵폐기 촉구 결의안 의결에 협력하는 등 북한발 '북풍(北風)'은 일단 피했지만, 사드 배치와 같은 실질적 대처방안을 두고 여권과 반목하는 모습을 이내 노출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9일 밤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현재 안보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한다'는 입장과 함께 "정치권도 여야 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달라"며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드 배치를 당론화한 새누리당도 10일 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 현실화를 상기하며 "이제 사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김현아 대변인)고, "사드 배치는 국민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기본적인 대응"(김정재 원내대변인)이라고 국론분열 자제와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지만 야권은 '콧방귀'를 뀌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밤 청와대에서 북 5차 핵실험 관련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권에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이 대안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안보당국에는 "국가비상사태에 준한다는 자세로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 불안 조성자들에 대해 철저한 감시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이미 추미애 대표가 당대표 경선시절부터 '사드 반대 당론'을 정하겠다고 천명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회피하는 한편 박 대통령이 안보당국에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 불안 조성자들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당부한 것에 대해 '말꼬리 잡기'로 대응했다.

금태섭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신중하게 토론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추 대표가 이미 밝혔다"면서 "토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거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이런 때에 대통령이 '사드 배치 불순세력' 운운하며 정치공세로 비칠수 있는 발언을 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 힘을 하나로 모아도 부족할 시기에 여야를 나누는 듯한 대통령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핵 실험에 따른 책임을 따지자면 야당 또한 할말 없는 것이 아니다"며 "강경일변도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이 거듭되고 있는 대북정책의 실패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수십년에 달하는 북한의 핵개발 계략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 탓으로 돌렸다.

'사드 정면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의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사드 배치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북한 핵실험과 사드 배치는 무관한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오히려 사드 배치 결정과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으로 남북 간의 소통창구가 완전히 막히고 긴장이 고조됐다"면서 "북한이 자극을 받고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도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등 '정부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논리를 폈다.

두 야당은 북핵 대응방안에 대해선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북핵 해법 마련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때"(더민주)라거나 "대통령과 정부가 관련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국민의당)는 등 추상적인 구호 제시에 그쳤다.

한편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일에도 '정부 때리기'로 일관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핵실험 징후를 사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라며 "이런 정보능력으론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사드 배치 등 군사적 대비책도 그 효과가 보장될 수 없다"며 군사적 대비 '무용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반도 긴장완화가 최우선"이라며 "정부가 외교안보정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평화보장의 확실한 대안을 내놔야 할 때"라고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외교론'만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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