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항상 예외'였던 문제도 논의해야"…원유철 "단기적 전술핵 재배치"
더민주 "무책임한 핵무장론 확산 경계…NPT가 핵위협 1차 방호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북한의 5차 핵실험 강행 이전 한반도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대치했던 여야가 이젠 직·간접 핵무장 여부를 둘러싸고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부터 안보 문제에 관해선 북한 김정은이 절대 오판하지 않도록 완전히 하나가 돼 굳건한 의지를 피력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사드와 핵무장 등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표는 "그것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사실 항상 예외로 했다"면서 "이젠 그런 문제들도 과감하게 논의 테이블에 얹어야 하고, 그것만이 우리를 스스로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상 예외로 했다'는 언급으로 미뤄 이는 대표적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물론 최근 당 공식 논평 등을 통해서도 띄워온 자체 핵무장론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일(9일) 새누리당에선 정진석 원내대표가 긴급 안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채비를 우리가 갖춰야 한다"고 했고, 염동열 수석대변인 논평에도 "우리 스스로의 강력한 자구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도 주시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 5차 핵실험 대비 '조건부 핵무장론'을 주창했던 원 전 원내대표는 성명서를 내 "핵무장 프로그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은 이튿날 김현아 대변인과 김정재 원내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거나 "국가안보를 위한 기본적 대응"이라고 못박는 한편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김 원내대변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 매체와 통화에서 "단기적으론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으론 독자적 핵무기를 최소한 북한의 2배 이상 규모로 개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으며, 전술핵 재배치에는 김무성 전 대표도 긍정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권에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 "무책임하게 번지고 있다"며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논평을 통해 "북한의 무모한 핵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이같이 밝히고 "핵 이상의 무기체계는 무기 수준을 넘어선 전략적 판단과 외교 역량이 필요하다. 저들이 가졌으니 우리도 가져야 한다는 수준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핵무장론에 반대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9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고 아직도 그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NPT가입은 한미동맹의 기본이고 핵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1차 방호막"이라면서 "NPT를 탈퇴하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목소리로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핵을 막을 수 있는 건 굳건한 경제력과 체제 우위를 통해 북한을 제압하는 것 뿐"이라며 "미국 중심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고 주변국과의 튼튼한 외교 관계를 통해 감히 도발하겠다는 엄두도 못 내도록 만드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중 'NPT가 핵 위협으로부터의 1차 방호막'이라는 주장은 수십년에 걸친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를 미루어 보면 다소 현실과 유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NPT가 한미 동맹의 기본'이라는 언급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에선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제'를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북핵 대비를 돕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 호를 비롯해 '핵폭격'을 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내달 중 우리나라로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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