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기업개혁은 국민위한 것, 박근혜대통령 정치력 발휘를

   
▲ 현진권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소장
지난번 철도공사의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커다란 진통을 겪었다. 이번엔 대통령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공기업과 서비스 부문 개혁추진에 또 다시 논란이 일 것같다. 공기업과 서비스 부문개혁의 본질은 민영화다. 그러나 개혁 저항세력이 반대하는 논리는 ‘공공성’이다. 정부개혁의 성공여부도 ‘민영화’와 ‘공공성’의 논리싸움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국민은 민영화를 나쁜 용어로, 공공성은 좋은 용어로 인식하고 있다.

“비지니스는 민간이 해야 하나, 공공부문이 해야 하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비교한 국제조사(world value survey)가 있다. 10단계로 반응도를 나누어 1은 민간을, 10은 공공부문을 의미하는 조사결과, 한국은 평균 5.6이 나왔다. 반면 미국 3.7, 일본 4,6, 독일, 5.1, 스웨덴 4.8로 나타나, 한국은 공공부문이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이런 인식 구조 속에서 ‘민영화’ 정책추진은 어려운 개혁과제다. 선진국의 개혁사례가 한국에서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다. 이성보다 감성에 맞춘 정책추진이 국민들에게 인기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개혁방향으로 민영화를 앞세우지 않고, ‘비정상의 정상화’란 정치적 수사어를 사용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기업과 서비스 업종의 이해집단에게는 ‘공공성’이란 논리의 무기가 있다.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공익을 위해 희생하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니, 세금으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구조면, 개인의 능력개발과 경쟁은 없어지고, 집단논리만이 존재한다. ‘독점’을 ‘공공성’ 논리로 포장하고, 이를 반대하는 ‘민영화’를 ‘국민철도와 국민의료’란 용어로 접근하면, 그들만의 철밥통을 굳건하게 만들수 있다. 그들에겐 ‘파업’이란 무기도 있다. 공기업과 서비스 부문은 파업에 따른 국민불편이 매우 크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여론만 보고 행동하는 집단이니, 국민불편을 볼모로 행동하면, 정부 및 정치권과 협상에 유리하다.

   
▲ 박근혜대통령이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은 반드시 실행돼야 하며, 이런 데서 발목이 잡히면 일자리창출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방만하고 부채가 많은 공기업의 개혁에 대해서도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코레일노조의 파업과 의사협회의 집단파업등에서 드러나듯이 민영화와 경쟁은 나쁘고, 공기업과 공급자위주의 독과점은 좋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박대통령은 공기업개혁과 민영화,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일자리창출 등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공기업개혁은 공급자를 경쟁시켜 국민들의 이용후생을 높이는 민영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급자를 경쟁시켜야 한다. 민영화의 핵심은 ‘경쟁’이다. 그런데 우린 ‘경쟁’을 ‘전쟁’과 같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무서운 세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급자는 소수인 반면, 소비자는 다수 국민이다. 공급자들에게 경쟁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올바른 정책이다. 그래서 국민철도와 국민의료가 되기 위해선 공급자를 경쟁시켜야 한다. 그러나 공급자 입장에선 경쟁보다 독점이 좋다. 독점 공급자가 되면,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경제성을 생각할 필요없이 그들만의 최고직장을 만들 수 있다.

개혁은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선 감성이 아닌 이성적 논리로 풀어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즉 국민관점에서 더 좋은 정책을 봐야 한다. 소비자인 국민이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선, 공기업과 서비스 부분의 이해당사자들을 경쟁체제로 내몰아야 한다. 자회사 설립도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이지만, 높은 단계의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민영화가 유일한 수단이다. 민영화가 나쁜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혁추진을 위한 국민적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