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평가를 통한 인권침해 근절 방안에 대하여
1. 머리말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직무와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천명하고 있다.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률지식이나 수사능력을 넘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겠다는 인권옹호의식과 사명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검사 개개인의 인성 문제만은 아니다. 검찰권 행사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타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법체계는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견제장치는 미약하다.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및 검사동일체원칙 등에서 비롯된 검사의 광범위한 기소 재량권 남용으로 인해 피의자가 부당한 회유나 협박을 당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 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과정은 폐쇄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100명을 넘고, 지난해에만 17명의 피의자가 자살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에서 검찰권 행사에 대하여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나, 검사들의 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 역시 검사에 의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작년에 처음으로 변호사가 검사를 직접 평가하는 ‘검사평가제’를 시행하였다. 이하에서는 이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기로 한다.
2. 검사평가제의 개요
직접 사건을 맡아 수행한 변호사만이 검찰권 행사의 적정성을 가장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검사평가제’는 이러한 전제하에 도입되었다. ‘검사평가제’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수사 및 공판과정에 직접 관여한 변호사가 수사 검사와 공판검사를 검사평가표를 통해 평가하는 구조이며, 도입 당시 설문조사에서 약 90%의 찬성을 얻은 바 있다.
검사평가표는 윤리성 및 청렴성(15점), 인권의식 및 적법절차 준수(25점), 공정성 및 정치 적 중립성(15점), 직무성실성 및 신속성(15점), 직무능력성 및 검찰권 행사의 설득력(15 점), 친절성 및 절차진행의 융통성(15점)의 6개 평가항목에 5단계의 점수부여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취합된 자료는 변협에 설치된 ‘검사평가특별위원회’에서 최종 취합, 평가한다.
평가결과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검사인사평가위원회 등에 송부하여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우수검사’와 ‘하위검사’를 선정하여 ‘우수검사’ 명단은 공개하고, ‘하위 검사’는 본인에게 결과를 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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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100명을 넘고, 지난해에만 17 명의 피의자가 자살했다./사진=미디어펜 |
3. 제1회 검사평가 결과
2015년 말 최초 시행된 검사평가는 평가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였지만 1,000건 이상의 검사평가표가 제출되는 등 많은 변호사들이 열의를 보였다. 검사평가 결과를 보면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에게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객관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도 다수 있었다.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증인신문을 적절히 하는 등 재판진행에 성실히 임하는 검사도 상당수 있었다.
반면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법상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하거나 고소취하를 종용하고, 피의자를 모욕하고 자백을 유도하는 등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었다. 그 예는 아래와 같다.
O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고소인에게 ‘탈세’ 운운하여 고소 취하하라고 윽박지르다가, “지청장에게 알리겠다”고 항의하자 사과함
O 참고인에게 사건과 무관한 참고인의 계좌조회결과를 보여주며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함
O 무리한 보여주기 식 밤샘조사를 진행하고, 사건과 관계없는 피의자에 사생활에 대해 ‘알아봐서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피의자를 압박해서 무리한 자백을 강요함
O 피의자가 부인 취지의 진술을 하자 책으로 책상을 내려치고 큰 소리로 고함을 침. 당시 피의자가 심장 수술을 하여 큰 소리를 치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소리를 지르지 말 것을 요구하였으나 지속적으로 소리를 침
O 경찰에서 송치된 이후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3개월 처리 시한이 임박하자고 소취하를 종용함
O 공개법정에서 증인신문 시 증인에게 폭언을 하여 증인이 그렇게 무섭게 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하소연을 함
O 공판 도중 불필요하게 언성을 높이거나 소리를 침. 판결 선고 전 증인을 소환하여 위증으로 기소하겠다는 등 압력을 행사함
O 변호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조사 5시간 내내 피의자를 포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에 항의하는 변호인을 강제로 퇴거시킴
O 수사검사로서 피의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자백을 유도함.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함에도 변호인과 피의자에게 고성을 지르고 자백하도록 화를 내는 등의 행동을 보여 위압적이며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
O 항고인 측 변호인이 추가 제출 증거를 제시하며 검사에게 재수사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사기 당한 놈이 미친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보강수사 없이 사건을 항고기각 처리함
이상의 검사평가 결과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전달되었고, 하위검사 본인에게도 평가 결과가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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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에서 검찰권 행사에 대하여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사진=연합뉴스 |
4. 결론
대한변협이 시행 중인 ‘검사평가제’는 수사 또는 공판 과정에 직접 참여한 변호사의 의한 평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으며, 제대로 정착될 경우 검사의 부당한 수사관행을 개선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검사평가제’는 변호사들의 평가 결과를 검찰이 수용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관행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검찰 개혁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검사평가제’와 같은 외부에서의 견제 노력과 더불어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및 검사동일체원칙에 기초한 수사와 기소의 폐쇄성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며, 이는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검찰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이 글은 지난 9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검찰의 수사관행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채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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