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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1000만 인구가 사는 동아시아 최대의 도시에 농업을 진흥, 장려하고 마을공동체라는 지역정책을 내세운다? 앞서의 실정들에 이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다섯 번째 실정이다.
서울은 세계에 손꼽히는 메가시티다. 5백만 명 이상이 살아가는 세계 대도시 100여 곳 중 실제 거주지로 사용하는 부지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고에 가깝다. 커다란 강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곳곳에 큰 산이 박혀 있기 때문에 부지 자체가 협소하다. 어느 곳이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은 부족하리만큼 높다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 90%를 넘긴 대한민국 도시화의 대표선수다.
문제는 이러한 천만 메가시티에 지난 5년간의 시정을 통해 ‘마을공동체 육성’을 지역정책으로 정착시킨 박원순 시장의 시정 마인드다.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웁니다. 마을기업과 청년일자리를 지원합니다. 청소년과 어른들이 한데 모여 놀며, 세대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마을에서 관계로 맺어지는 가족을 지향합니다.”
서울시가 내걸은 마을공동체 캐치프레이즈다. 박원순 시장은 2012년 5월 8일 마을공동체 토론회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농업 종사자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혈세를 도시 농업 장려에 썼다. 서울시 도시 농업은 성과 없이 껍데기뿐인 자화자찬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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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마을공동체 사업의 맹점은,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시민 수백 만 명이 소득을 벌어 세금을 냈는데 그 수혜를 입는 건 천만 시민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수백 수천 명 활동가라는 점이다./사진=미디어펜 |
도시는 익명성을 기초로 한다. 이는 개인, 가족의 사생활과도 직결된다. 박 시장의 정책 전제와 달리 동네 이웃이 자기 가족의 삶을 속속들이 알고 삶의 질을 함께 공유하고자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공동체는 없다. 도시인이면 누구나 익명성에 익숙해져 있고, 개인 혹은 가족이라는 단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은 마을공동체를 선별적으로 지원하여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박원순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더라도 전체적인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려면, 특정 집단에 대한 선별적 지원은 답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자발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수천-수만 개 커뮤니티, 동호회가 더욱 융성할 수 있는 환경을 서울 시내에 조성하는 정책이라면 모를까.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삼은 마을공동체의 무형적인 효과로는 박원순식 ‘공동체’를 선호하고 일반적인 시장경쟁을 배척하는 일부에게 기대심리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만 이는 상호연대하는 ‘평등한’ 관계 속에서 인근 주민들과 경제,문화,교육,복지,환경 등 각종 환경 여건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게다가 지난 5년 간 서울시민 혈세로 지원, 조성되어 온 마을공동체 중 상당수는 좌파 활동가들의 운동을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1) 다른 누구의 평도 아니고 소위 진보인사의 입에서 나온 자백이다. 마을공동체-사회적 일자리는 서울시 예산 지원에 존폐 여부가 달려 있다. 이 모두가 서울시정 재원에 종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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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은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청년수당이라는 명분을 거쳐 이제는 협치라는 용어로 포장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박원순 마을공동체 사업의 맹점은,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시민 수백 만 명이 소득을 벌어 세금을 냈는데 그 수혜를 입는 건 천만 시민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수백 수천 명 활동가라는 점이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사업은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공유경제, 청년수당이라는 명분을 거쳐 최근 들어 협치라는 용어로 포장되고 있다. 여기에는 홍대 앞 성미산마을 투쟁을 이끌었고 현재 서울시 협치자문관으로 있는 유창복이라는 자가 중심인물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농업 및 마을공동체로 시작해서 협치로 끝나는 박원순의 지역 정책은 천만 메가시티, 서울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원순 시장은 일개 NGO에서나 할 법한 사업을 시정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1) 강상구.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평가. 진보평론, Vol.- No.60, 2014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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