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대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거래할 때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개방형 거래 방식을 말한다. 이에 중개기관이 필요 없어 거래 비용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해킹 위험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간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삼성사장단은 블록체인 전문가인 노상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부터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블록체인의 유용성에 주목해 2014년 그룹 차원의 연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S는 지난 7월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블로코에 투자를 했고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확대를 위해 IBM과 손잡고 블록체인을 연구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에서도 블록체인의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7년 말까지 세계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은 원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위해 고안됐다. 중간에 은행이 없이도 거래될 수 있도록 거래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이를 수시로 암호화해 블록으로 만들고 이 블록들이 체인을 형성해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비트코인 활성화가 목적이었던 만큼 금융산업이 블록체인 도입으로 가장 수혜를 입을 분야로 꼽힌다.

김은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중앙 집중형 서버에 금융거래 정보를 보관하고 청산기관에 수수료도 부담해야한다”며 “금융사가 중앙 서버 구축과 보안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4~5%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블록체인 도입으로 이러한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도입 초기라 삼성도 카드사 회원 포인트 관리 등 가벼운 분야에 적용하다 규제가 만들어지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이 산업재의 제조공정이나 전자의료기록 등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멜론, 벅스, 지니 등의 음악서비스 업체 역시 블록체인 확산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본시장 쪽도 블록체인 도입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빈번한 해외결제나 증권거래 분야에서 증권사의 인프라 투자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거래소는 아직 전자화돼 있지 않은 장외시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이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은 정보 처리 속도가 늦는데다 보안에도 문제가 있어 증권이나 금융사에서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재룡 한국거래소 상무는 “분초단위를 다투고 보안이 중요한 주식거래의 특성상 퍼블릭 블록체인보다는 약속된 참여자를 지정해 폐쇄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이 금융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 상무는 “현재 두 개의 컨소시엄인 R3CEV와 하이퍼러저 컨소시엄에서 아직 기술검증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블록체인이 주식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3~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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