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인상설' 무게 실리지만 한은 고민 더욱 깊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동결하면서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연내 한두 차례 금리인하를 추가적으로 단행할 것으로 보였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새벽(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25%~0.50%로 동결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9월 혹은 12월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둘 중에서는 12월 인상설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동결하면서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예측대로 9월 연준에선 금리가 동결됐지만 미 연준은 '인상' 요건이 무르익었음을 충분히 시사했다. 이번에 발표된 회의자료에 따르면 연준은 '고용시장이 견고해졌고 경제활동이 상반기 완만한 회복세(modest pace)를 보이던 수준에서 좀 더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무르익었음에도 9월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12월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연준은 금리인상 여건이 강화됐다는 사인을 충분히 던졌다"면서 "기대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12월 금리인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9월과 12월 중 12월로 인상시점이 유력해졌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2월 금리인상설이 가시화되면서 달러 강세를 예상한 대규모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계속 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주식‧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즉,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말은 전반적인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제고된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10월~11월에 통상 헤지펀드 결산시점도 있는 만큼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변동성이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진한 경기회복 속도 등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연내 한두 차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한은의 행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대규모 자본유출을 비롯한 시장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12월까지 동결될 경우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찬스는 두 번 정도가 남는다. 내달 13일 금통위와 11월 11일 금통위다. 아직까지는 연내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이 남아있지만, 금통위원을 비롯한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며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와 '동결'을 암시하는 발언을 모두 한 적이 있다. 산업구조조정과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내수 위축, 총수요 부진으로 인한 투자위축 가능성 등은 국내경기 침체요인인 동시에 금리인하의 이유로 작용한다.

반면 올해 6월 이후 빠르게 악화된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하를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 7000억원이나 증가해 올해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한은이 곧장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늦다"고 발언했다. 이 관계자는 "연 1회 정도의 금리인상은 시장에 충분한 효과를 준다고 보기가 힘들다"면서 "세계 경제의 주안점이 미국에 쏠려 있는 만큼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 발언은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하보다는 동결 혹은 인상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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