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 은행 각 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파업 참여율이 저조해 우려되던 업무 혼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 협상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노조 측은 정부와 사측이 조직적인 '파업 방해'를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오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개최했다. 조합원 10만 명 중 최소 3만 명 이상이 운집할 것이라는 노조 측 예상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1만 8000여 명 수준(금융감독원 추산)의 조합원만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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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 은행 각 지부가 23일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파업 참여율이 저조해 우려되던 업무 혼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종로구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미디어펜 |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도가 노조 측 예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금융노조가 당초 경고한 '업무 현장의 극심한 혼란'도 관찰되지 않았다. 집회가 한창인 23일 오후 종로구 일대의 시중은행 네 곳을 직접 방문해봤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점심시간 직후라 창구직원 일부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큰 불편 없이 계획대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종각역 주변 KEB하나은행에서 근무 중인 청원경찰 A씨는 "총파업 집회가 있는 날이라 업무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은행 지점에 방문해 업무를 처리한 50대 여성 B씨 또한 "업무 속도 면에서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숫자의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 4대 은행들의 파업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점은 집회 현장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은행별로 할당된 경기장 좌석 중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 좌석에서는 유독 빈자리가 많았다. 씨티은행‧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과 수도권 바깥에서 상경한 지방은행들의 좌석에 공백이 거의 없는 점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주요 은행들의 파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확대에 반대하는 금융노조의 협상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집회에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데 실패한 노조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비판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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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숫자의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 4대 은행들의 파업 참여도가 저조하다는 점은 집회 현장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은행별로 할당된 경기장 좌석 중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 좌석에서는 유독 빈자리가 많았다. /미디어펜 |
노조 측은 정부와 사측의 '파업 방해'에 1차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 직원들이 밤 11시까지 '반감금' 상태였다"면서 "사측이 적극적인 파업 방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뿐 아니라 신한은행에서도 일부 지점장들이 '(행원들의) 파업 참가 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점장들이 조합원 면담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파업에 참여할 경우 '휴가등록'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경우도 많다. 고민 끝에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한 시중은행원 C씨는 "휴가를 쓰면서까지 (파업 현장에) 가야 하는지 행원들의 동요가 많았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은행들의 파업 참여율은 15% 내외로 추산돼 기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였다. 4대 은행의 참여율은 더욱 낮아 약 3%만이 집회에 참석했다. 사측의 각종 '실력 행사'가 실제 파업집회 참석율을 떨어트렸을 개연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융노조는 일련의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조 간부급 한 관계자는 일련의 사례에 대해 "노골적인 더티 플레이"라면서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는 당국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이미 금융노조는 지난 2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직권남용‧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앞선 21일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의 파업 철회를 위해 개별직원 설득에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다. 금융당국 수장에 대해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선 금융노조는 총파업 이후에도 계속 '강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당국과의 마찰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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