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법 77조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 무시하고 즉각 차수변경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야권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 끝에 24일 새벽 야권 단독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은 총 170명의 야3당 및 무소속 의원들만 남긴 상태에서 무기명 표결을 강행, 찬성 160명·반대 7명·무효 3명으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앞서 정세균 의장은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전날(23일) 오후 2시 시작된 이후 마지막 질의자인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이던 오후 11시57분쯤, 돌연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 차수를 변경시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 야권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 끝에 24일 새벽 야권 단독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사진=미디어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도 "여러분의 출석 의무는 12시(자정) 부로 종료됐다"며 "더 이상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없으니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이때까지 새누리당과 정부가 자정 이후 차수 변경을 노리고 벌인 '지연전략'을 무위로 만들어버린 순간이었다.

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연단으로 나와 "의장이 이런 식으로 날치기한 적이 한차례도 없다"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헌정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긴 날치기 의장이다. 의장이 어떻게 독재를 하느냐"고 항의를 거듭했다.

정 의장이 단독 차수변경의 근거로 국회법 제77조를 들었지만 해당 조항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회의를 개의'한다는 전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여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 몰려와 정 의장에게 "물러나라"고 연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자정쯤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중단시키고 일방적인 본회의 차수변경을 선언하자 연단으로 나와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헌정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긴 날치기 의장이다. 의장이 어떻게 독재를 하느냐"고 항의를 거듭했다./사진=미디어펜


이에 야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결정에 환호하는 한편 여당에 야유를 보냈다. 0시20분쯤 여당 의원들은 전원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 표결이 진행,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결국 가결했다. 전날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제3항이었던 해임건의안은 차수변경과 함께 1항으로 앞당겨졌다.

헌법상(제63조)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해 재적의원 과반수(151명)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발의 조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무소속 의원 132명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이후 본회의에 부의, 상정되기까지 여야 협의는 없었지만 정 의장은 이를 '법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본회의 의사일정으로 올렸다.

한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에 이어 13년 만이자 헌정사상 6번째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국무위원은 모두 사퇴했다는 전례를 들어 야권은 정부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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