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부산 해운대 아파트 사는데 방금 여진으로 또 흔들리네요. 나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새벽 3시반에 흔들림을 느껴 잠에서 깼어요. 너무 무섭습니다"

지난 12일과 19일. 경주 지진으로 인해 부산 해운대 인근 초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는 네티즌들의 게시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넘쳐났다.   

지진 안전지대는 옛말이다. 최근 들어 경주, 울산 등 동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진에 대한 전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진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우리만의 건축설계는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최근 잇따르는 지진 피해와 관련해 현재 우리의 건축설계 현주소와 함께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본다.

▲지진 체감률 높은 초고층 빌딩, 정말 안전한가

5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설렘 가득했던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 특히 인접 대도심인 부산 해운대 등에는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는 실제 대피했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높은 건물이 낮은 건물에 비해 지진 등 재해에 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실제 높은 건물일수록 지진이 발생했을 때 흔들림을 더 잘 느끼는 것도 대중적인 사실이다. 

   
▲ 지난 12일과 19일. 경주 지진으로 인해 부산 해운대 인근 초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는 네티즌들의 게시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넘쳐났다. 전문가들은 초고층건물의 떨림은 지진위험에 오히려 안전한다고 말한다./사진=연합뉴스 DB

해운대에는 일명 '스카이라인'으로 불리는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각각 80층과 72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두산위브더제니스'와 현대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부산 내에서도 고분양가를 자랑하지만 해운대 앞바다 조망을 원하는 입주자들이 줄을 서며 인기를 모았던 단지들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1년 입주한 '두산위브더제니스'와 '아이파크'는 모두 규모 6~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 됐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최고 101층 높이의 '해운대 엘시티 더샵' 역시 규모 6.5의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아파트들은 여진에 실제 흔들리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히려 내진 설계에 대한 기준 법령이 제정되기 이전인 1988년 이전 저층건물이 지진시 위험도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고층 건물의 경우 대부분 내진 설계 법령이 제정된 이후 지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대형건설사들의 사업지가 많은 만큼 오히려 안전하다"며 "오히려 5층 이하 건물의 법 제정 이전 건물이 많고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지 않은 것이 대다수라 지진시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등 외국의 경우 지진 위험도가 높은 저층 건물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초고층 건물에 대한 관리감독이 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 여파로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의 대피 소동과 관련해서는 "고층 건물일수록 흔들림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초고층 건물의 경우 지진보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번 여파로 인한 흔들림은 안전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내진 설계 '선진국' 일본, 왜 초고층 빌딩 없나?

일본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최악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겪는 등 최근까지도 지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당시에 본진(가장 큰 지진) 이후 1년 반동안 여진을 겪었다. 

최악의 대지진은 집값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쿄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일본 도쿄의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39.5% 하락하기도 했다. 대지진 직후에는 일부 반값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수요가 격감하자 2011년 이후 고층 주거단지 공급이 격감하기도 했다.

지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일본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초고층 빌딩보다 저층이 지진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크다. 내진 설계에 민감한 일본에서 초고층이 아닌 저층과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강한 이유가 지진 때문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하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단독 또는 저층 건물의 경우 목조주택이 대부분"이라며 "내진 설계에 최고의 유형은 목조주택으로 조망보다는 안전을 최우선 하는 주거 문화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초고층 건물일수록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흔들림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아무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는 건물이 지진 발생시 위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조망권 등을 중시하는 우리의 주거 문화로 보자면 실제 일본의 사례처럼 집값이 폭락할 확률은 거의 없다"며 "지진이 부동산 시장 전체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주 지진 이후로 인근의 부산, 창원 등은 금융위기 이후 분양시장 열기와 함께 지방 부동산 시장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도시다. 

현재 지역경기 침체와 맞물려 집값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이다. 지진다발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낙폭이 커질 공산이 크다. 

해운대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실제 집값이 떨어지거나 급매물이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하고, 실제 안전한 저층 이사를 상담하는 가구도 나오는 만큼 앞으로 발생 지진이 빈도가 늘고 강도가 커질 경우 부ㆍ울ㆍ경 집값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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