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다수 횡포 처음…어영부영 협력하려면 시작도 안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개회사 파문'에 이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야권 단독 상정·처리를 밀어붙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한 데 이어 국회 당대표실에 농성장을 차리고 본격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정세균 의장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도중 '맨입으로 안돼' 등 발언을 한 게 밝혀진 것이 기폭제가 됐다.

기존 최고위원회를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키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이정현 대표가 있는 농성장에 집결해 결기를 다졌다.

당대표실 벽 한쪽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적힌 포스터를 부착해 두고 앉아있던 이 대표는 오후 3시20분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 찾아온 의원들을 맞았다.

이들은 민경욱 의원이 "정치중립 저버리고 더불어민주당 하수인 자임한 정세균은 물러가라", "의회주의 파괴한 정세균을 규탄한다", "민주당 하수인인 정세균에게 의장직이 웬말이냐, 정세균은 민주당으로 돌아가라", "70년 헌정사를 더럽힌 정세균은 각성하라", "개회사는 옐로카드, 편파진행은 레드카드 정세균은 당장 퇴장하라"라고 선창하면 다른 의원들이 구호 마지막 부분을 일제히 따라 세번씩 외쳤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격려학 위해 26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와 함께 "이정현 대표 힘내라"라는 구호도 터져나왔고, 한층 고조된 분위기 속에 의원들은 선창-후창을 한번 더 반복하고 이 대표를 박수로 격려했다.

이 대표는 투쟁 일성으로 "의회주의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파괴한 정세균 의원의 행태를 보고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해나갈 신진정치인과, 그들에게 기대고 살아야 할 국민을 생각하면 여기서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정 의장과 야권을 겨냥 "33년 정치권에 있었지만 이런 다수당의 횡포는 처음본다"며 "이렇게 많은 날치기에 약속 파기, 의장까지 나서서 중립을 훼손한 것도 부족해 장관 해임건의안을 완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헌칼 휘두르듯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저분들과 정치개혁 얘기를 나눈다는 자체가 정말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게 낫겠다고 느꼈다"며 "(해임건의안에) 투표하면서 헤죽헤죽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정치를 끝장내려고 강한 의지를 가졌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자신의 단식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찾아온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저는 성격이 본래 그렇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어영부영 협력하려면 시작도 안 했다"고 강조한 뒤 "반드시 정세균 의원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강력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동료의원들께선 모두가 제 이런 뜻에 공감해주시길 바란다"며 "한마음으로 바르지 못한 것, 부조리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마음 속으로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선 모든 걸 건다는 심정으로 함께 해달라"며 "새로 출범한 (정세균 사퇴)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발언을 마친 뒤엔 정진석 원내대표와 주호영 의원, 강석호 최고위원 등과 함께 추가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새누리당이 구성키로 한 '정세균 사퇴 비대위'는 이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을 그대로 포함시킨 가운데, 단식 투쟁에 돌입한 이 대표 대신 조원진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이 '관철추진위원장'으로 추가 투입됐다. 김 의원은 앞서 단식 농성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의총에서 '싸움의 기술'을 논해야 한다며 비공개 자유발언을 신청한 바 있다.

   
▲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단식투쟁에 돌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 마련한 농성장에서 (왼쪽부터) 주호영 의원, 정진석 원내대표, (맨 오른쪽) 강석호 최고위원 등과 함께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는 정 의장이 지난 24일 0시35분쯤 본회의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도중 한 야당 의원과 대화하면서 표결 강행이 새누리당에 시도한 정치적 거래가 불발된 것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발언 내용이 적혀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상황을 녹화한 방송분도 이날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정 의장은 김부겸 더민주 의원으로 추정되는 의원과의 대화에서 "안 돼.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연장)든 뭐든 바꾸려고 하는데 그게 안돼. (새누리당이 합의를) 절대 안해. 그냥…어버이(연합 청문회)나 둘중에 하나 내놓으라 했는데 안 내놔…그래서 그게 그냥 맨입으로…안 되는 거야…" 등의 발언을 한 게 의장석 마이크에 녹음됐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