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감독원 등 5대 금융공기업‧금융기관 공채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시험 경쟁률이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고질적인 취업난에 덧붙여 일부 기관이 필기시험 날짜를 타 기관과 다르게 잡은 점이 '흥행'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필기시험은 올해도 높은 수준으로 출제돼 수험생들은 전문가 수준의 경제적 식견을 갖출 것을 요구 받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한국은행‧산업은행‧예탁결제원‧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금융기관 채용전형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들 기관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접수를 최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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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한국은행‧산업은행‧예탁결제원‧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금융기관 채용전형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들 기관은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서류접수를 최근 마감했다. /미디어펜 |
대우조선해양 문제 등 금융공기업에 대한 비판이 많았음에도 금융공기업 채용 경쟁률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연봉과 각종 복지 등 근무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금융공기업들은 4000만원 전후의 초임 연봉과 안정적인 근무 조건을 자랑하는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예금보험공사로 드러났다. 30명을 뽑는 이번 채용에 무려 4800여 명이 지원해 160: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나마 작년도 경쟁률인 192:1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40명을 뽑는 산업은행에도 2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최근 산은을 질타하는 여론과는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산업은행 채용에 지원한 대학생 A씨는 "산은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 "여전히 산업은행은 취준생들에게 최고의 매력을 가진 직장"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은행 경쟁률은 60:1, 수출입은행 경쟁률은 50:1 수준으로 여전히 높았다. 이들 기관은 내달 22일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른다.
눈에 띄는 것은 금융감독원만 필기시험 날짜를 따로 잡았다는 점이다. 통상 금융공기업들의 필기시험은 같은 날짜에 겹치도록 하고 있어 'A매치 데이'라고 불린다. 올해의 A매치 데이는 내달 22일로 금융권 취업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이날 시험을 보는 기관들 중 한 곳에만 응시할 수 있다.
금감원은 타 기관 대비 일주일 이른 내달 15일에 필기시험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금감원 채용 경쟁률은 66:1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경쟁률 47:1을 크게 뛰어넘는 '흥행'을 한 것. 대다수 금융권 준비 수험생들에게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기회가 한 번 더 늘어난 셈이지만 금감원 중심으로 시험 준비를 해온 취준생으로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늘어났다.
높은 경쟁률의 압박을 받고 있는 수험생들은 이제 난이도가 고시보다 낮지 않다는 금융공기업 필기시험 준비에 '올인'해야 한다. 특히 작년도 시험의 경우 행정고시 재경직 논술시험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의 난이도로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작년도 논술시험에서 산업은행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용인술, 조선시대 영조와 정조의 탕평책 등 주로 인사(人事)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올해의 경우에도 기업구조조정 등 주요 이슈가 맞물려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의 가치관에 대한 수험생의 관점을 묻는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역시 작년 논술 시험에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금융기관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 10조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돼 많은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행 또한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등이 미국에서 유행시킨 '빅 아이(Big I) 스몰 위(Small We)' 개념을 출제해 변별력을 높였다.
한은과 금감원 측은 올해 시험 출제 방향에 대해서는 일제히 말을 아꼈다. 다만 난이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논술시험에서는 특정지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기보다는 응시자들의 사고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가 출제되므로 근본적인 경제관‧가치관을 정립한 뒤 시험장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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