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교재 협박하면서 좌파 당파성으로 한국사 왜곡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사태의 중심에는 역사학의 가치중립성 문제가 있다. 역사학은 역사적 사건 또는 과거를 재현하는(reproduce) 것이다. 역사학에서 진리란 그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의 현실(reality) 또는 과거의 현실이다. 그러나 경험적 자료의 부족 때문에 역사가가 과거를 복사하거나 재현해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역사가의 임무는 과거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역사가 개인의 가치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과거를 해석하는 임무를 가진 역사가, ‘가치중립적’ 입장을 잃지 말아야

그러나 역사가가 과거를 해석하고 재구성함에 있어서 그의 이념, 당파성, 종교, 인종, 국가, 철학, 미신, 편견 등과 같은 가치에 의존하거나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역사학은 가치로부터 자유로운(value-free or wertfreiheit)  또는 가치중립적인 학문이고 가치를 개입시켜서도 안 되는 학문이다. 가치중립성 또는 가치자유는 객관적 사고와 과학적 진리 탐구의 특징적인 표시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의 가치중립성 또는 가치자유는 역사가가 ‘무심한’ 관찰자의 눈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어떤 역사가 또는 저술가가 자신의 이념, 당파성, 종교, 인종, 국가, 철학, 미신, 편견 등에 의존하여 역사를 이해하고 설명한다면 그는 이미 진정한 의미의 역사가가 아니라 ‘선동가’이거나 ‘대변인’일 뿐이다. 그는 형이상학적, 종교적, 국가적, 정치적, 사회적 교리 등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당파적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중을 속이기 위하여 역사라는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모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이하 ‘교과서’로 표기)를 자세히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한 다른 교과서보다 좌파 교과서로 지칭되는 교과서들에서 역사가들 자신이 지닌 가치에 더 많이 의존하여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서가 더 진정한 역사서이고 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의 기본 원칙을 더 잘 지켰느냐 하는 것은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은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 과정에 압력도 모자라 협박을 가했다.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좌파 교과서 저자들은 대중을 속이고 선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역사 교과서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참가자’가 아닌 ‘심판자’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한국사를 포함한 모든 과목의 교육과정, 집필기준, 검정 체계 등, 교과서 발행의 모든 단계를 책임지고 개선할 것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국정 체제로 할 것인지 또는 검․인정 체제를 보완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인지에 대해서 교육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현행 체제보다 교육부의 감시,감독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 역사교과서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좌파교과서 저자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로 역사를 기술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선동하는데 성공했다. 보수단체들이 대한민국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의 보급확산을 위한 결의를 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집필과 출판은 아이디어 시장의 일부이다. 아이디어 시장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 시장의 심판자로서 시장 참가자의 각종 불법과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바로 잡는 것이다. 이번 교과서 채택 과정에 협박과 압력을 가한 일부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은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교육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부가 심판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팽개치고 시장 참가자가 되는 것(현행 검인정 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부 자신이 아이디어 시장의 참가자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임)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중국의 동북공정, 아베 일본 총리의 최근 극우 행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 서술에 있어서 가치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거의 언제나 정치가들과 정부에 의해 행해져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교과서 출판이 교육부의 검인정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역사 왜곡, 다른 학문의 이론을 잘못 선택하는 일, 역사가 개인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자연과학과 같은 다른 학문과 비교하여 역사학의 가치중립성은 확보하기가 더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이번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사태는 그 점을 잘 보여 주었다. 역사가는 자신이 선동가 또는 대변인이라는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분야의 과학자보다도 가치중립성 확립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