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국감 진행" 통보, 의원들 3시간 넘게 만류…사회권 포기는 안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으로 안돼' 발언 등 잇따른 정치중립 의무 위반 논란으로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27일 당론과 달리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당내 소동이 일었다.

김영우 위원장이 당 지도부는 물론 국방위원들과도 사전 교감 없이 국감 진행을 위한 상임위를 개최하려 하자 동료 의원이 이를 막아서면서 '3시간 감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국방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방위 국감이 무산되자, 야당 위원들은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한편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사회권 이양'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전쟁이 나도 국방위는 진행돼야한다는 게 소신"이라면서도 사회권 포기 가능성은 일축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명분을 잃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주도한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사퇴와 사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국감에 불참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사진)은 당이 잇따른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빚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에 전면 보이콧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국감 진행을 위한 국방위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나서 당내 소동이 일었다./사진=미디어펜


'감금 사건'의 발단은 의원총회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전쟁이 나도 국방위는 진행돼야 한다"며 "그게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당 소속 상임위원장으로선 처음으로 당 방침을 깨는 발언을 했다.

이어 오전 10시40분쯤엔 국방위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정 의장 사퇴를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의원들껜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오후부터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통보한 뒤 정오쯤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입장을 공식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50분쯤부터 김성태·김도읍·황영철·경대수·주광덕 의원 등이 국방위원장실로 찾아가 기자회견과 국감 진행을 위한 국방위 전체회의 개최를 만류했다.

이후 약 3시간20분 동안 조원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대표,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 등도 번갈아가며 위원장실을 찾아가 당초 오후 2시 개의 예정인 국방위 국감에 나가지 말라고 김 의원을 설득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있다"면서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정 의장의 편파적 의사진행은 분명히 잘못된 처사였고 의회민주주의를 경시한 행위였다"면서도 "그런데도 국감을 거부할 수는 없다. 이 또한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미리 깊이 의논드리지 못하고 오전에 달랑 전화, 메시지 드린 점은 죄송하다"며 "절차상 미숙했던 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의 27일 국정감사 진행을 위한 국방위 개회 방침 선언이 있은 뒤, 같은당 김무성 전 대표(문 앞 왼쪽)와 권성동 의원(오른쪽) 등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국회 본청 국방위원장실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류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서청원·원유철 등 다른 중진 의원들도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 설득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은 국감 참석 의사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내 최다선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국에도 정당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관한 건 개인에 위임하지만 당론은 따르게 돼있다"며 "양심과 종교와 달리 당론은 따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오후 3시10분쯤 야당 위원들이 국방위 국감장에서 철수한 사실이 타전된 뒤에야 동료 의원들이 자리를 뜨자, 위원장실에서 나와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나는 국방위원장이고, 국방위는 전쟁이 나더라도 열려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1초, 1분도 국방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에게 사회권을 이양해서라도 국방위를 개최할지에 대해선 "오늘도 동료의원들의 물리력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지만 나는 사회권을 피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일축한 뒤 "(다음 일정이 잡힌) 모레부터 다시 국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감금 소동과 관련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후 6시쯤 열린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어렵고 힘들지만 지켜야 한다고 다짐한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단일대오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뒤 "김 위원장은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과 직속 후배다. 할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국감이 시작된 26일부터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일 2회 의총에서 대책을 논의키로 한 한편 ▲이정현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태이며 ▲1인 릴레이 피켓시위를 병행하고 있다.

이날부터 당 최고위를 일명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로 전환해 첫 회의를 가졌다. 기존 최고위 구성에서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이 총괄본부장으로 추가 참여했다. 아울러 국감 파행의 공백을 대신할 10대 긴급 민생과제 추진 본부장단의 첫 회의도 열렸다.

이와 함께 오후 중 정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과 징계안을 함께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조치는 "법리적 검토는 마친 상태"라고 김정재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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