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책임 여당이 지지, 야당이 지나"…편파적 의사진행도 외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명 '맨입으로 안돼' 발언 파문에 대해 28일 "사적인 대화"라며 "야당 출신으로서 개인적으로 야당 성향 갖고 사석에서 말할 수 있지"라고 역성을 들고 나섰다.

정세균 의장은 지난 24일 오전 0시35분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야권 단독 표결 실시 도중 의장석에서 한 더민주 의원과 대화 도중 "안 돼.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연장)든 뭐든 바꾸려고 하는데 그게 안돼. (여당이 합의를) 절대 안해. 그냥…어버이(연합 청문회)나 둘중에 하나 내놓으라 했는데 안 내놔…그래서 그게 그냥 맨입으로…안 되는 거야…"라고 말한 것이 26일 드러나 새누리당의 전면적인 사퇴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의사진행을 중립적으로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새누리당이) 단식농성까지 하고 전국적 집회 농성까지 할 사안인지 이해할 수 없다. 난감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언론계를 향해 "여당이 노력 안하는 건 왜 아무소리 안하느냐. 여당이 (국감 중단 사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정의 책임은 여당이 지지, 야당이 지는거냐. 수없이 많은 사안을 다뤄봤지만 사태를 풀기 위해 야당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건 야속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의 '명분 부족'과 정 의장과 더민주 등의 '공조'를 통해 여야 협의 없이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상정·처리된 사실을 외면하고, 여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격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이 본회의 표결 도중 의장석에서 더민주 의원과 나눈 대화를 '사석에서 한 말'로 치부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제기한 일명 '황제 전세' '금리 특혜' '노모 홀대' 의혹 등이 대부분 허위로 드러난 후인 지난 22일 발의됐다. 당시 취임 열흘도 되지 않은 김 장관은 헌법·법률을 위반한 사례나 직무상 실책이 발생할 '틈'도 없었다.

정 의장은 여야 협의 없이 해임건의의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려다가 정부·여당의 합법적 대정부질문 '지연전략'에 직면했다가 당일 밤 11시40분쯤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외면하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국회 의사과장을 보내 본회의 '차수 변경' 관련 문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김도읍 원내수석이 이를 반려했다.

정식으로 자정 전까지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정 원내대표 등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직접 만나 차수 변경과 다음 차수 회의 안건 관련 협의를 거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 의장은 24일 자정(0시)을 3분 남겨둔 시점 일방적으로 국회법 77조에 근거했다며 차수 변경을 선언, 산회 선포도 없이 본회의를 다시 개의해 당초 세번째 안건이었던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첫번째 안건으로 올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단 항의 끝에 본회의장을 퇴장했으며, 야당 의원 170명만 표결에 참여해 160명 찬성, 7명 반대, 3명 기권으로 해임건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차수 변경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를 배제한 점 등을 '국회법 위반'이라고 규탄하던 가운데, 26일 새벽까지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의 '맨입'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당일부터 시작된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고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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