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측, 운영위 간사 자료요청 묵살하고 고발부터? 무고죄 검토"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잇단 '편파성' 논란을 일으킨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이 29일 정 의장의 지난 방미기간 중 '수상쩍은 행보' 관련 제보를 대대적으로 폭로하며 의장 활동비 사적 유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 여당 간사 자격으로 국회 사무처에 정 의장 방미에 소요된 여행 경비 내역 등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열흘가까이 이를 무시하자, 조원진 최고위원이 일부 의혹을 거론한 데 대해 정 의장측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게 계기가 됐다.

앞서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워싱턴과 뉴욕 일정까지는 함께했지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새벽 귀국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LA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개인 일정 이후 20일 귀국했다.

정 의장은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실리콘밸리 방문과 교민 행사 등을 소화하고 19일 오후 귀국했는데, 그의 부인이 방미 전 과정에 동행했으면서도 공식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데다 소요경비 내역 등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의혹을 낳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의 방미 일정과 관련 ▲정 의장과 그의 부인이 방미에 비즈니스석을 탄 3당 원내대표와 따로 비행기 1등석을 탔다는 사실 ▲정 의장의 이름이 새겨진 400개를 투표권이 있는 현지 교민들에게 제공했다는 제보 등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측에 ▲공식 일정의 주역이 아닌 정 의장 부인이 어떤 이유로 방미에 동행했는지 ▲어떤 공식 일정을 소화했고 어떤 자격으로 1등석에 탔는지 ▲방미 계획 단계에 없던 정 의장 내외의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이 왜 추가됐는지 등을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김 원내수석은 "6박8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원내대표들이 비즈니스석을 타는 데 어떤 공식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정세균 '의원'의 부인이 1등석을 탔는지, 방미에 소요된 예산총액, 일정별 소요경비, 부인 일정에 대한 자료 요청을 열흘 전에 했는데 지금까지 전혀 (국회 사무처가) 자료 제출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마지막 샌프란시스코 일정은 애초 계획단계에 없던 것으로 사후에 추가됐다"며 "정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뉴욕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고, 박 원내대표는 LA를 갔다. 정 의원과 부인 두 사람만 샌프란시스코로 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도착일시가 현지시각 16일 오후 7시30분이다. 그리고 정 의원의 공식 일정은 17일 오후 2시에 끝난다"며 "17일 오후 2시부터 18일 오후 2시30분 인천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왜 공식 일정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16일 밤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1박을 하고 17일 오후 2시까지 실리콘밸리를 잠시 갔다고 하는데, '현지시각으로 토요일, 일요일이기 때문에 공식 일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17일 오전 토요일 공식 일정은 왜 했는가. 그것도 오후 2시까지나"라고 거듭 반문했다.

김 원내수석은 "이런 의혹과 제보들에 대해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운영위 여당 간사인 제게 사무처에서 자료를 일체, 며칠째 주지 않는다. 뭐가 켕기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정 의장의 '맨입' 발언을 비꼬아 "맨입으로 주겠어?"와 같은 추임새를 넣었다.

김 수석이 "샌프란시스코에 정 의원 딸이 사는 걸로 지금 회자되고 있다"고도 밝히자 의원들은 '미국 현지 공관을 통해 알아보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수석은 "공관은 시간도 그렇고, 현지 문제이기때문에 시일이 걸려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 국회는 최근 일이기 때문에 하루 만에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의장 해외순방 전례가 어떤지 모르지만, (정 의장이) 이번 방미 일정에서 뉴욕과 워싱턴 교민 간담회를 각각 했는데 200명 정도의 교민들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거기에 정 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의장 자격으로 만든 시계를 각각 200개 뿌린 것으로 제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에게 "(선물 제공에 의한) 선거법 위반이 딱 떠오르지 않나. 이 일련의 상황에, 해외동포도 투표권이 있지 않느냐"며 "과연 시계가 (총) 400개가 방미에 소비됐는데, 이게 사비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렇다고 해도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대표단 명의도 아닌 정세균 이름이 박힌 시계가 (국회) 예산으로 만들어져 교민을 상대로 배포됐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국회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시계 부분에 대해서도 구매내역과 소비처에 대해 자료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혹 내용 중 일부를 제기하며 정 의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수석의 자료 제출 요구가 묵살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김영수 국회 대변인이 같은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 새누리당은 폭로전으로 맞섰다.

조 최고위원도 의총 발언대에 서서 "떳떳하면 자료를 주면 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사무처가 운영위의 자료요청을 거부하는 의혹에 대해 당연히 얘기해야 하는 것인데 적반하장으로 의원을 고발했다. 고발 전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밝히면 된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는 "우린 의혹을 제기했지 '정 의장이 그렇게 했다'고 단정한 것도 아니다. 의혹이 있는데도 입을 닫고 있어야 하나"라며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꺾어보려고 고발하는 것 같은데 이는 명백한 무고다"라며 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에게 무고죄 고발 맞대응 가능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추가 폭로에 나서기도 했다. 조 최고위원은 "정 의원 지인이 지난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무슨 내용인지, 조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당연히 물어야 한다"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와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각각 검찰과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조사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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