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1년 홍만표 변호사와 관련해 법정에서 검찰 조사 때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정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30일 열린 홍 변호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홍 변호사에게 준 2억원은 서울메트로 관련 청탁 명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당시 서울메트로 대관 업무를 하던 김모(51)씨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고, 마침 홍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해 겸사겸사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비와 김씨 사건 법률자문 명목이라는 취지다.

김씨는 정씨가 서울메트로 1∼4호선 매장 임대사업권을 따낸 업체를 인수하고도 서울시와 감사원의 감사 끝에 2011년 6월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과정에서 동업했던 인물이다.

100억원대 투자손실 위기에 놓인 정씨는 2011년 9월 홍 변호사에게 2차례에 걸쳐 현금 2억원을 전달했다. 검찰은 서울메트로가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만큼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의 인맥을 이용해 시 고위 관계자들에게 청탁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정씨도 검찰에서 "김씨의 뇌물공여 사건에서도 도움받고 지하철 명품브랜드 사업과 관련해서도 포괄적으로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씨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검찰 수사 땐 지쳐있고 이성을 잃어서 정확히 진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다. 메트로 관련은 1%도 아니다"라며 거듭 청탁 명목을 부인했다. 본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진술 번복을 통해 홍 변호사의 혐의를 덜어주기 위한 감싸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법정에서 위증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 '돈을 건넨 명목' 내지 '내심의 의사'와 관련한 부분이어서 실체 확인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 

정씨는 홍 변호사의 다른 혐의와 관련해서도 기존 검찰 진술을 대부분 뒤집었다. 

그는 홍 변호사가 매장 임대사업과 관련해 당시 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청탁했다는 수사 내용도 반박했다.

정씨는 "홍 변호사가 김 사장을 만난 것은 2011년이 아니라 그보다 뒤인 2013년 말이나 2014년 초 강원도 향우회 모임에서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도박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홍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홍 변호사의 인맥 활용을 노린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이라 상의한 것"이라고 정씨는 주장했다.

홍 변호사에게 당시 3억원을 건넨 것도 "홍 변호사가 얼마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고 제가 알아서 갖다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구속된 뒤 홍 변호사가 "차장, 부장 통해 수사 확대 안 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선 "친동생 같은 제가 구속되니 마음이 아파 저를 위로하려고 그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씨가 친분 있던 고모 변호사에게 "(홍 변호사가) 민정수석과 중앙지검 차장검사를 모두 다 잡아서 벌금이나 불구속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는 고씨 주장에 대해선 "그랬으면 내가 구속됐겠느냐"며 "나 때문에 자신이 구속돼서 음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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