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국내 대기업의 부실채권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커서라는 분석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부실채권 규모는 올해 상반기 19조723억원으로 작년 말 17조6945억원보다 1조3778억원 늘었다.
이로써 국내 대기업의 부실채권은 2008년 3월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9조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는 올해 1분기 18조8540억원이었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부실채권은 고정이하여신을 의미한다.
전체 대기업 여신 규모는 올해 6월 말 427조8543억원으로, 작년 말(436조7830억원)보다 8조9287억원 줄었다.
은행별로는 KEB하나, 신한, 농협 등 시중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크게 줄였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52조8991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4조4380억원으로 8조4611억원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조2062억원, 농협은행도 1조8327억원 줄였다. 국민은행은 7722억원 줄였다.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산업은행은 오히려 대기업 여신을 1조5318억원 늘렸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정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이 2064억원 늘렸다.
대기업 여신 규모는 반년 동안 9조원 가깝게 줄었지만 관련 부실은 더 쌓여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상승했다.
대기업 전체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상반기 4.46%로, 작년 말 4.05% 보다 0.41%포인트 상승했다.
상반기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한 농협은행이 8.12%로 부실 비율이 가장 높고, 산업은행도 7.38%로 그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 2.96%, 우리은행 2.78%, 국민은행 2.71%, 신한은행 2.31% 등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대 수준이다.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63.2%에 달한다.
부실의 골이 깊어진 건 기업구조조정 여파 때문이다.
수출 대들보에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은행권 부실여신이 급증한 것이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채무를 재조정했고,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 은행권의 타격이 컸다.
세계적인 불황 탓에 대기업이 허우적거리자 은행들은 대기업에서 눈을 돌려 중소기업과 가계 여신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대기업 여신에 견줘 훨씬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중소기업과 가계 여신은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늘었지만 부실채권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
자영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여신은 올 상반기에만 18조3236억원, 가계 여신은 23조78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중소기업이 6월 말 1.46%로 작년 말(1.64%)보다 0.18%포인트 떨어졌다. 가계 여신의 6월 말 부실채권비율도 작년말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0.32%다. 대기업에 견줘서는 중소기업이 대략 3배, 가계는 14배나 낮은 것이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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