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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
80년대에는 반에서 20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못’가는 학생이 있었다. 지금은 못가는 학생은 없다. 찾아보면 미달 학교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까 못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것이다. 고교 졸업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지만 실은 이 수치는 무의미하다. 진학률 70%는 그나마 안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는 대학까지의 총 입학정원일 뿐이다.
그럼 그 70%는 그래도 대학이라고 부를만한 것일까. 이름 없는 지방대학에 강의를 다니는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할 의욕도 머리도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란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전쟁이 임진왜란인지 병자호란인지 헛갈리는 학생이 있다는,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기초가 전혀 안되어 있기 때문에 뭘 가르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단다.
괴로워할 필요 없다. 애초부터 대학에 오지 말았어야 할 아이들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 폰과 씨름하고 시험 때는 교재 몇 장 복사해서 등굣길에 일견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인 학생들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몇몇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만 인정을 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2류 또는 3류로 인식되는 일반 대학에서 오로지 수동적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까먹는다는 얘기다. 얻을 것이라고는 성과 없는 졸업장과 학자금 부채와 평생 따라다닐 학력 콤플렉스뿐이다. 명백하게 미친 짓을 고르라면 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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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부실대학 구조조정은 하위대학교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속칭 2,3류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허울뿐인 졸업장과 학자금대출금, 학력콤플렉라는 3종세트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은 과감하게 진행돼야 하며, 대학졸업장이 별의미가 없는 대학교의 좀비학생들 대책도 시급하다.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대학진학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구조조정과정에서 학생이나 해당대학, 지방토호세력들의 거센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청와대앞에서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과 불도저식 학과구조조정등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런 이유로 당연히 부실대학은 없어져야 한다. 실제로 지금 상태로 가면 10년 뒤에는 지원하는 학생이 없어 2000명 정도 신입생을 뽑는 중형(中型) 규모의 대학 80곳 정도는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온다고 한다. 2000명 미만은 더 많이 폐교할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교육부가 ‘삽질’을 했다. 전체 대학 가운데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에 감축 인원을 떠맡겨 전체 정원을 16만 명 줄이겠다는 발표다.
당연히 득을 보는 것은 하위권 대학들이다. 사망 직전에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었다. 공부에는 소질이 없지만 다른 방면으로는 얼마든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을 여전히 대학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95%가 취업했다. 그러나 올 대졸자 중에서 직장을 잡은 사람은 59% 뿐이다(실은 이것도 많이 했다고 본다). 바꿔야 할 것은 대학이 아니라 사회 통념이다. 기성세대가 분위기를 띄우고 아이들끼리 대학과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대학도 살고 학생도 살고 부모도 살고 경제도 산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럼 머리 딸리는 사람은 영문학이나 경제학 같은 건 공부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까? 당연히 아니다. 그래서 평생 교육원과 사회교육 시설이 필요하다. 퇴출된 대학은 그 용도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지방 토호들과 대학 관계자, 그 동네 정치인들이 한 팀이 되어 죽어라 방어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 지금보다 훨씬 가혹하고 냉정하고 파격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교육을 살리는 것 뿐 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멀쩡한 인격 하나를 병신으로 만드는 것을 막는 일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꾿빠이 전교조>, <꾿빠이386>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