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여부·도시정 공세 잇따라…원희룡 7일·이재명 13일 데뷔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일주일간 파행 후 4일부터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국감 현장이 여야 대선주자로 꼽히는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몸값 올리기'의 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여야 의원들이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룡 지자체장을 겨냥한 대선 출마 관련 질의와 지자체 행정의 문제점 지적을 쏟아내면서 이날 국감은 사실상 여야 잠룡들의 1차적인 '대선 검증대'가 됐다.

여권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5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출마 시기를 묻자 "고민하고 있다. 내년 초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고, '부등호(>, <)가 출마 쪽이냐' "아직은 이븐(절반)"이라고 즉답을 피했지만, 사실상 출마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 지사가 최근 화두로 내세운 수도이전, 모병제와 핵무장론 그리고 그동안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받아온 여야 연정 대한 질문공세도 줄을 이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에 대해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인다. 돈없고 빽없는 젊은이만 군대에 가지 않느냐, 사회계층 갈등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남 지사는 "지금이야말로 정의롭지 못하다. 빽없고 돈없는 사람은 군대에 끌려가 힘든 보직 하고, 있는 사람은 면제를 많이 받거나 가더라도 편한 보직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국가 예산이 굉장히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황 의원의 거듭된 지적에도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 국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모병제 도입과 함께 제기한 핵무장론과 관련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재·고립을 우려한 데 대해선 "핵을 준비해보겠다고 논의하는 단계에선 제재할 수 없다"며 "미래를 위해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지 꼭 핵무장을 하자는 건 아니다"고 받아쳤다.

수도권인 경기지사로서 '수도 이전' 주장이 맞느냐는 홍 의원의 질의엔 "조만간 경기도에 1700만명이 모여 살고 수도권이 전국 인구 60%를 차지할 것"이라며 "경기지사지만 한국 전체의 균형발전을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답변했다. 대권주자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의회 더민주와의 연정 성과에 대한 호평도 일부 나왔지만, 김정우 더민주 의원이 "연정이 대권으로 가기 위한 방편인가"라고 직격하자 남 지사는 "오래전부터 고민했다. 독일정치에 대한 깊은 배움이 있었다"고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안행위 국감에선 박원순 시장이 대선 검증대에 올랐다. 박 시장은 국감을 오히려 시정 홍보의 계기로 삼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1일 국토위 국감도 앞두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국감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마다 해명을 시도하면서 30여건에 달하는 설명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기도 했고, 박 시장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감 상황 생중계도 하는 등 박 시장을 위한 홍보 '총력전'에 돌입했다.

안행위 국감에선 남 지사와 마찬가지로 박 시장의 대선출마 여부 관련 잇따라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출마하시는거죠?"라고 물은 뒤 박 시장이 "유력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그런 고민이 왜 없겠느냐"는 답변을 끊고 "됐고요, 언제쯤 결심하세요?"라고 파고들었다.

"시대의 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박 시장에게 이 의원은 "시대적 요구는 어떻게 판단하냐, 출마하면 시장직을 내려놓느냐, 정치인은 소신이 분명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출마할 때 시장직을 내려놓느냐"고 잇따라 추궁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국가지도자가 된다는 건 소명과 역사적 시대의 요구가 있지 않으면 결단하기 어렵다. 이런 게 나에게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추상적 수사로 받아넘겼다.

지자체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전 당내 경선에 지사직을 걸고 나왔을 때 '현직 지자체장 출마는 옳지 못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소신에 변함이 없느냐"고 재차 추궁했을 땐 "굉장히 실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을 내놨다. 그러자 강 의원은 "말이 항상 씨가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쏘아붙였다.

박 시장은 자신의 시정에 대한 '견제구'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강 의원이 서울시가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는 채무 7조원 감축에 대해 SH공사 선투자 후 회수 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하자, 그는 채무 감축을 위한 여러 노력을 들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서울시장으로서 국무회의 참석률이 8.1%에 불과하다는 홍 의원의 지적엔 "몇차례 참석해도 소통이 안 된다"고 정부 탓으로 돌렸다.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토록 한 법 취지를 유념해달라'는 지적에도 "(정부에) 말하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이밖에 박 시장이 보건복지부의 '부동의'에 이어 '직권 취소'에도 강행 중인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는 현금살포식 포퓰리즘이라는 여당의 비판이 있었고,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 구의역 참사를 비롯한 재난안전대책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박 시장이 출석할 11일 국토교통위에서도 철도노조의 파업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한편 아직 검증대에 올라서지 않은 다른 잠룡 지자체장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또다른 여권 잠룡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각각 이달 7일과 11일 예정된 국토위, 안행위 국감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은 물론 태풍 '차바' 피해 수습 대책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2공항 추진 계획 등의 현안 관련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국체전이 처러지는 광역단체는 국감 대상에서 빼주는 관행에 따라, 이번 충남 아산의 전국체전을 앞두고 피감대상에서 면제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게 됐다.

이밖에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3일 환경노동위의 고용노동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함께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청년배당' 정책과 관련 여권의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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