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파생상품 과세는 인정...활성화 후에 과세해야"

요즘 금융투자업계는 파생상품 과세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든 파생상품에 과세를 하려고 법안을 추진중이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 돼 있는데 지금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정부 내에서 '정책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은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추진하는데 금융위는 파생상품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파생상품을 두고 정부가 벌이는 최근의 모습에서 자칫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파생상품 두고 '엇박자'

24일 금융위에 따르면 3월 발표할 예정인 파생상품 활성화 대책에서는 기존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는 유지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바라는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와 새로운 거래 방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월 금융위 파생상품 활성화 대책에는 섹터지수선물과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 20년·30년 장기국채선물시장 개설과 새로운 파생상품 도입 등이 담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에 파생상품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인 코스피 옵션승수 5배 인상과 주식 워런트 증권 유동성 공급자 호가제한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파생상품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자본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전세계 파생상품거래량이 39억2,800만건으로 1위였던 국내 시장은 지난해 8,200만건으로 줄어들며 11위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가 마냥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동시에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도 추진되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개혁소위는 최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앞서 정부가 금융소득과세 방안으로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거래세는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판단해 국회는 양도세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책은 타이밍의 문제..."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된 후에 과세해야"

정치권은 파생상품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고, 반대로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상황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일단 다음달에 금융위가 발표할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대책 효과는  지나친 시장 위축을 상쇄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하면 단기적으로 거래 규모가 줄어든다"며 "금융위의 활성화 대책은 이렇게 줄어드는 거래 위축을 상쇄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불만은 가령 이런 것이다. 파생상품 과세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함으로써 금융투자업계 전반적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야 다가올 충격을 줄일 수 있고 시스템적으로 보완도 가능한데 지금 정치권의 논의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파생상품 과세를 추진하고 금융위는 활성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것은 엇박자라고 생각한다"며 "파생상품 시장을 충분히 육성한 후에 과세 형평성을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자체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된 현재 시기가 좋지 않고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점이 불만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할 지라도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