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두뇌훈련 게임을 한다고 두뇌가 좋아지는 게 아니고 그 게임을 하는 능력만 향상된다."
인지능력이나 학습능력, 기억력 향상 등에 좋다는 컴퓨터 기반 두뇌훈련 프로그램이나 게임들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9일 의학전문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사이언스 교수를 비롯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와 뇌과학자 등 7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최근 미국 심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공공이익 관점의 심리학'에 발표했다.
근년 들어 이른바 두뇌훈련 게임 산업이 번창하면서 어린이나 학생들은 물론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지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관련 상품과 과대광고가 늘고 있다.
업체마다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나 실험결과 등을 내세우지만 많은 학자가 이에 회의적이었다.
지난 2014년 미국 스탠포드대학노화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유수의 연구기관들을 비롯해 70여 명의 과학자가 이런 게임들이 '인식능력 저하를 막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등의 주장하는 것에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미약하다고 지적하는 공개 성명을 냈다. 소비자 불안 심리와 기대감을 자극해 '마법의 탄환'처럼 과장한다는 것이다.
며칠 뒤 이를 반박하는 성명이 나왔다. 업계뿐만 아니라 과학자 100명가량이 서명한 '과학공동체'명의로 앞선 성명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주 내용은 '효과 있다"는 것이었다.
사이언스 교수팀은 이처럼 상반되는 주장들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그동안 나온 관련 논문 130여 편의 내용을 샅샅이 살펴보고 제시된 증거들이 과학적 기준에 맞는지 검토 평가했다.
그 결과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 중 대부분이 실험참가자가 적거나 플래시보(가짜약) 효과와 비교나 이중맹검실험 등을 하지 않는 등 각종 엄밀한 과학적 기준에 맞지 않았다.
요건과 기준에 맞춘 '기술적으로 좋은 품질의 연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내용이 문제였다. '특정임무 수행능력이 개선됐다'는 등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사이언스 교수는 "예컨대 공항에서 짐을 검색해 칼을 찾아내는 게임을 되풀이하면 실제 칼을 찾아내는 실력이 좋아지지만 다른 의심스러운 물건을 찾아내는 등 유사 분야 능력도 향상된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사고력과 기억력 등을 개선해 학습이나 업무 등 실생활에서의 도움을 기대하는 데 문제는 객관적으로 측정된 실제 세계에서의 결과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언스 교수팀의 이번 논문에 대해선 2014년에 두뇌훈련 게임 옹호론을 폈던 학자들 가운데서도 '공정하고 훌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공영 NPR방송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두뇌훈련 분야를 연구해온 존스홉킨스대학 심리학자 조지 리복은 "이 논문은 우리가추구해야 하는 과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정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리복 교수는 그러면서도 '올바른' 두뇌훈련 프로그램은 정신 기능을 향상하고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 저하 등을 늦춰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두뇌훈련이 분명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충분하고도 장기적으로 노력하고 훈련하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올해 들어 미국 최대 두뇌훈련 게임업체인 루모서티를 비롯한 많은 업체가 근거 없는 과대광고를 일삼고 있다며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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