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된 후 현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합법노조 지부장으로 당선되고 충북초등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필두로 충북지부 정책실장과 본부 정책기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치며 충북은 물론 전국단위로 무대를 넓혀가며 활동했습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직위해제 된 바 있으며 1990년 해직교사 복직청원서명 관련 징계를 받아 행정 내신 조치를 당하였습니다. 전교조 전국대의원 2년, 2개 분회 창립 분회장, 지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1987년 인천교사협의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하였으며… 1991년 전교조 초등지회장을 시작으로 참교육실천위원장, 수석부지부장을 거쳐 인천지부장(2007~2008)을 역임하면서 교육개혁을 위한 실천 활동을 학교 안팎에서 끊임없이 계속하였습니다."
"많은 탄압과 비판 속에서도 전교조 광양지회장으로 초·중등을 대표하여 어려운 시기 교육 민주화에 앞장섰으며 합법화 이후에는 전남 초등 교사의 대표로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참교육 활동의 지평을 마련하는 데 열심히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합법화 이후 세 차례 초등지회장을 맡으면서… '03년, '04년 2년 동안에는 전임자로 파견되어 광주지부 참교육실천위원장을 맡아 광주교사들의 참교육실천 운동에 앞장서서 일하였습니다."
"그리고 1987년 7월 31일 해직되었다. 나는 해직 기간 동안 전교조 본부의 여성국장, 경기지부의 정책기획실장, 전교조 고양파주지회장 등을 맡으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참교육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교육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려고 학교의 모순과 부딪치면서, 결국 전교조 활동가로 성장하고, 전교조제주지부장까지 이끈 단초가 되었습니다."
내용만 보면 영락없는 전교조 위원장 선거 후보들의 경력 소개다. 그런데 아니다.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실이 확보한 진보교육감 지역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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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희경 의원실에서 분석해보니 2012년 이후 임명된 자격 미소지 내부형 공모 교장 중 전교조 비율은 68%였다. 10%의 전교조가 70%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자격 미소지자 대상 교장 공모제가 전교조의 진지 구축용 제도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진=연합뉴스 |
아무래도 진보교육감님들은 전교조 활동 이력이 교장이 되기 위한 자격증이요, 훈장이라는 것 같다. 오죽하면 어느 학교는 지원자들이 서로 자기가 전교조 활동을 많이 했다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까지 벌어졌을까.
그래도 전교조 이력만 내세웠다면 편향·보은 인사 소리를 듣는 데 그쳤을 거다.
그런데 대놓고 교육감과의 관계도 강조하고 있다. 충북의 공모 교장은 자기가 교육감과 함께했던 동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발췌한 내용 뒤에도 얼마나 교육감을 위해 뛰어왔는지 쓰고 있다. 공적으로 치면 '개국공신'이요, 친분으로 치면 '절친'이란 얘기다.
인천도 지부장 출신의 교육감에게 후임 지부장을 챙겨달라 호소하는 모양새다.
이 정도면 아버지가 법원장이라고 쓰고 로스쿨에 합격한 학생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다. 학생도 아닌 나이 지긋한 교육자다. 가족을 언급한 것도 아니다. 인사권자와의 관계를 직접 거론했다. 당연히 탈락시켰어야 할 사유다.
이런 식으로 후임 지부장이나 동지 부지부장, 지회장을 챙겨 준 사례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단일화 상대를 공모교장으로 만들어준 사례도 있다. 단일화를 담보로 한 거래로 비칠 수 있는 문제다.
이런 일이 수년 간 제재 없이 반복됐다. 전희경 의원실에서 분석해보니 2012년 이후 임명된 자격 미소지 내부형 공모 교장 중 전교조 비율은 68%였다. 10%의 전교조가 70%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자격 미소지자 대상 교장 공모제가 전교조의 진지 구축용 제도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사실 전락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제도였다. 전교조는 이미 십수 년 전, '교장선출보직제'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겉으로는 교사니 노조니 했지만, 실상은 동년배 교사들이 아직 교감도 되지 못했을 나이에 전교조 간부들은 힘든 승진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교장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꿈을 실현할 방안이 바로 자격 미소지자 대상 내부형 교장 공모제였던 것이다.
평생 교단을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던 교사들이 사실 속으로는 교장이 되고 싶었고, 교육은 안 하고 투쟁만 하느라 정상적으로는 교장이 될 준비를 못 했고 하니 선거에 올인해 자리를 나눠 먹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평생 농민 노동자로 밭을 일구겠다고 한 운동가들이 실은 자신들이 지대 받아먹는 지주가 되고 싶었을 뿐이고, 농사는 안 짓고 투쟁만 하느라 지주가 될 자본이 없으니 스크럼을 짜 지주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이런 마당에도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내부형 교장 공모를 더 늘리지 않느냐고 질의를 했다. 양심이 없는 건지, 정신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박근혜정부가 70%의 기관장을 낙하산으로 앉힌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장에 나와 왜 낙하산 인사를 더 많이 하지 않느냐고 질의한다면 박 의원은 뭐라 반응할까 궁금하다. /박남규 교육칼럼니스트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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