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대 연설서는 빠져…"큰 조직 이끌려면 비전 명확해야" "북핵 무책임" 언급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재미교포 앞에서 자신의 좌우명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소개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반 사무총장은 '명확한 비전 제시'를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이 안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반 총장은 14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미주한인위원회(CKA) 주최 '전미 한인 리더십 콘퍼런스' 연설에서 "제 좌우명 가운데 하나는 상선약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물은 지혜와 유연함, 부드러운 힘을 상징한다"며 "물은 생명이자 평화, 그리고 인간 존엄성"이라면서 "유엔을 이끌면서 이러한 덕목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곧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한 뒤의 대선 출마여부가 주목되는 반 총장이 '미국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에서, 500여명의 재미교포가 참석한 행사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 총장은 지난해 말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의 송년회에 참석해서도 상선약수를 거론했지만, 이번처럼 다수의 재미교포를 상대로 한 대중연설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반 총장은 이에 앞서 이날 낮 메릴랜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뒤 1000여 명의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설했으나, 상선약수를 언급하지 않았다.

3시간여 시차가 있었던 두 행사에서 반 총장은 각각 30분가량 연설했는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난민문제 등 국제 이슈와 고등학생 시절 백악관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일화 등 연설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리더십 관련 질문을 받고 "만약 여러분이 큰 조직을 이끌고 싶다면 자기만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며 "만약 그러지 않고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하면 아무도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저의 스타일이기도 한데, 만약 직원이 8시간 일한다면 당신은 9시간 일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또한 비전을 실행할 때는 '이게 내 비전이다'라고 사람들 앞에서 명확하고 아주 크게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국내 일부 정치인들의 국가운영 비전 제시가 명확하지 않거나, 단순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반 총장은 이날 특파원들의 대선 관련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으며, 다만 귀국 시기와 관련해 "내년 1월 중순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연설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 "북한이 핵과 미사일 역량을 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안보를 확보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삶도 향상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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