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이어 '송민순 회고록·백남기 추모·김제동 영창'…정책국감 뒷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협치를 표방한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시작부터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삐걱댔고, 재개된 후에도 상임위를 막론하고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야권의 전방위적의혹 공세로 얼룩진 채 전날(14일) 마무리됐다.

9월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위반 논란으로 집권여당이 일주일간 국감을 보이콧하고, 이후엔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등 정치쟁점 공방만 이뤄지면서 3주간의 국감에서 정책 논의는 사실상 실종됐다.

전날까지 전체 16곳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11곳에서 국정감사가 마무리됐고, 여성위와 정보위 국감과 함께 내주 20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운영위의 청와대 비서실 등 대상 국감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야당은 상임위 전반에 걸쳐 마지막 국감까지 미르·K스포츠 재단설립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은 일부 공세의 모순을 지적하거나 전날 당일 불거진 '송민순 회고록'과 연루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등을 향한 역공을 취했다. 국감장 밖에선 국토위 국감 도중 위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십자포화를 가하기도 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선 야권에서 미르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최순실씨, 차은택 광고감독과 청와대·문화체육관광부 사이의 관계를 추궁했으나 의혹을 확정지을만한 증언이 나오지 않았다.

여권은 김민기 더민주 의원이 비영리법인이 두 재단 설립허가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서울시 입장자료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고 역공을 취했다. 

서울시가 새누리당측엔 당초 13일 정오쯤 '설립허가권이 문체부에 있다'는 취지의 공식입장을 냈다가 앞서 오전 중 김 의원이 주장한 내용에 맞춰  당일 오후 늦게 반대된 입장자료를 낸 것이다. 김 의원의 서울시 답변자료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중점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섰던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허위자료를 제시했다가 문제가 되자 더민주와 서울시가 짬짜미를 해 입을 맞춘 것"이라며 "신성한 국감을 농락했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변경된 입장자료에서 자료작성자조차 표기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기획담당관'이 작성한 것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두 재단 문제에 관해선 기재위 국감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론이 제기되면서 공방이 일었다. 국토교통위에선 윤관석 더민주 의원이 이란 K타워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참여한 배경과 관련 "LH가 주도한 사업이 아니라 전달받아서 한 사업"이라며 청와대의 지시로 미르재단을 사업주체로 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철도파업 장기화 문제와 관련 노조친화적인 야권이 국회 차원의 중재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정치권이 왜 개입하나"라고 발언해 공세가 집중되기도 했다.

정쟁으로 인한 국감 파행도 있었다. 이날 보건복지위에선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고(故) 백남기 씨 추모 묵념을 제안하자, 더민주 소속 양승조 위원장이 "사망 원인을 떠나 백 농민 사건은 우리 시대의 슬픔이자 아픔이니 30초간 다 같이 묵념하자"고 동의했다.

그러나 백씨가 불법폭력행위로 논란이 된 지난해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 발사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찰버스를 끌어내기 위해 일선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만큼, '위원회 차원'의 추모 대상으로 삼는 데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 집단 퇴장하면서 한동안 국감이 중단됐다.

통일부에선 여권이 야권을 상대로 집중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북한 정권을 대상으로 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노무현 정부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이 발단이 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눈치를 본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했고, 야당은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대화를 통해 북한인권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국가 안위가 중요하지 (노무현) 대통령 심기와 북한 입장이 중요하냐"고 야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인권재단 활동이 야당측 위원 추천이 수십일째 지연되는 것도 해당 사건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방위에선 군 복무 중 4성 장군의 배우자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다녀왔다고 수차례 주장해온 방송인 김제동씨를 둘러싼 여권의 추궁과 야권의 비호가 이뤄졌다.

지난 국감에서 최초로 김씨 주장의 진위 논란을 제기한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질의를 통해 ▲김씨의 영창 입감을 증명할만한 기록과 방위병 복무 당시 동료들의 증언이 나오지 않은 점 ▲김씨가 18개월 방위 복무일수를 마치고 전역한 점 ▲김씨 주장과 달리 15일 미만 영창이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김씨를 감쌌다.

주요 국감 증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책 실종'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달 27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출석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선 최 전 회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만 부각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출석한 정무위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이번 국감에서만 세 번째로 증인으로 출석했고 대부분의 질문에 방어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야당의 집중공세 대상이 됐다.

한편 내주 실시될 운영위 국감에선 청와대 비서실 등 현 정부 핵심기관에 대한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 비위 의혹을 제기해온 우병우 민정수석의 출석여부가 아직 '미정'이어서 출석을 관철시키려는 야권의 압박과 여당의 방어전이 국감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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