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중국 시장에서 호황이던 우리나라 식품과 화장품이 지난 8월 현지 통관에서 무더기로 수입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합격 판정을 건수 중 거의 절반이 국산 김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식품·화장품 분야가 유망하다는 소문에 현지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수출에 나선 업체 제품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중국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중국 수입 통관에서 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은 총 61건으로 전체 236건 가운데 25.8%를 차지했다.
8월 한국산 적발 건수만 놓고 보면 한달 전 5건보다 12배나 늘었다. 전체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과 한국산 적발 건수 모두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이어 대만이 23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말레이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의 불합격 건수는 지난 1월에도 28건으로 비교적 많았지만 당시 681건이나 되는 전체 건수의 4.1%에 그쳤다.
한국산 적발 건수는 2월, 3월에는 각각 5건(4.2%)과 9건(6.0%)으로 크게 줄었다. 4월 20건(8.4%)으로 다소 많아졌지만 5월(9건, 4.4%), 6월(4건, 1.7%), 7월(5건, 1.9%)에는 다시 감소하는 추세였다.
8월 통관에 문제가 생긴 대표 제품은 김이었다. 반송되거나 소각된 한국산 김은 총 24t으로 반송 건수는 28건(11개 업체)이나 됐다.
무역협회 베이징지부는 "균락수나 대장균수가 표준을 초과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은 김에 대해 균락수가 3만(CFU/g) 이하여야 한다는 점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반면 한국에는 관련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국 대기업이 만든 일반 식품도 여러 개가 불합격 수입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식품첨가제 사용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 이외에는 유일하게 비누가 포함됐는데 라벨 표시 위반이 이유였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현지에서 김이 스낵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 규정 숙지를 하지 않은 한국 기업이 너도나도 뛰어든 결과로 보인다. 대개 수출이 잘되는 품목의 경우 이런 과정을 한 번쯤은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내수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 등의 주력 수입 품목을 겨냥해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를 상대로 관세 관련 수입규제는 한 건도 제소하지 않았지만 각종 비관세장벽은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이달부터 조제분유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분유업체의 브랜드와 제품 수를 각각 3개와 9개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화장품 품질관리 규정도 12월부터 까다롭게 바뀐다. 중금속 함유량 관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자국 철강 수출 제품 등에 대한 각종 보조금과 세제지원, 의료기기 수입 허가 때 국제공인성적서 불인정, 전기버스 배터리 보조금 정책 변경 등도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힌다.
최용민 지부장은 "수출업체들은 정확한 규정과 절차를 이해하고 준수해야 하지만 만약 불합리한 분야가 있다면 양국 간 통상채널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아울러 "한국 내 시판 제품을 가져다 그대로 수출하려 한다면 불합격 건수를 줄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의 식품첨가물 규정을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해 제품개발 단계부터 이를 숙지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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