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盧정부 배우라' 주장엔 "순진한 인식 걱정스러울 따름" 일축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는 16일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인권탄압 가해자인 북한 정권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송민순 회고록'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 하에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2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 내용에 따르면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이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권결의안 북한 결재' 사건에 깊이 관여돼 있어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당장 새누리당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요청사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당에서 진상규명을 한다고 하는데 청와대까지 나서서 입장을 내놓을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예정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사안을 두고 현재로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단순한 정치공학적 쟁점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론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혹이 대통령기록물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거나 구체적인 상황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당이 공론화를 주도하고,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삼갈 가능성이 크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제공


하지만 청와대는 북핵 위기 대응과 북한 정권의 공포정치에 따른 고위층 '탈북러시'가 일어나는 등 사실을 적극 거론하며 이번 파문의 심각성 부각에 일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핵개발 자금줄 차단, 북한 인권문제 및 탈북민 정책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실상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가해자인 김정일 정권의 입장을 중시한 노무현 정부 등의 대북유화책의 입지를 더욱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송민순 회고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론화되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 정권의 반발을 염려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외면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탈북 주민 수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문 전 대표가 전날(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 노 대통령이 다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식의 대북접근법이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차 남북정상회담 등 대화를 통한 접근법으로 북한 핵 개발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인식으로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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