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법인세인상 예산부수법안 지정 시사…관철시 '대통령 거부권' 나올수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국회 첫번째 국정감사가 지난 14일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주요 경제법안과 예산안, 세법 개정안 처리 등이 여야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입법에 실패한 노동시장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정부·여당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누리과정의 중앙정부 예산편성 등을 못박겠다는 거대야당 간 파열음은 종전의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 논란 당시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차지한 야권이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담은 세법 개정안의 예산 부수법률 지정 강행을 이미 시사한 상태에서 여권과의 극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야권이 세법 개정을 끝내 관철시킬 경우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정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구상하는 국가운영 프레임 경쟁에 나선 격으로, 양보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적극 '참전'할 경우 확전 양상을 보이는 게 불가피하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는 연말 세법 전쟁의 전초전과도 같았다.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소득세 인상안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현행 22%와 38%인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각각 24~25%, 40% 이상으로 끌어올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경기침체 장기화를 고려해 증세할 시점이 아니라고 맞섰다.

세법을 관할하는 기획재정위는 국감 결과를 정리한 후 이달 말부터 세법 심의 준비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26, 27일 기재위 주관으로 법인·소득세 심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현재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대기업 대상 최고세율을 25%로 3%p올리고, 연소득 5억원 근로소득자에게 45%의 세율을 적용을 적용하는 법인·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당도 현행 과표 200억원 이상 기업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p 인상하고, 현행 1억5000만원 이상인 소득세 최고 세율과표 위에 3억~10억원, 1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서 41%와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소득세 개정안을 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득·법인세 모두 증세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의장의 '사드 반대' 정기국회 개회사 당파성 논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표결 강행 정국에서 투쟁을 벌여온 여당은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정 의장을 겨냥 "여야가 논란을 벌이는 법인세에 대해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시사한 것을 우려한다"며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약속했던 것처럼 예산 처리 과정에서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여야가 예산안 협상에 실패할 경우 법정 예산심의 종료일인 12월2일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때 국회의장은 예산안의 기초인 세입에 관한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직권상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직과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야권이 유리하다. 국회법상 의장 고유 권한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할 수 있고, 의장이 지정하면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표결에 부쳐진다. 정 의장은 사실상 '법대로 한다'는 입장으로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시사한 상태다.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이 소득·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과 연계·통과시키려할 경우 연말 국회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자체도 정치권의 주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예산안 심의를 맡은 예결위는 25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26~28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부총리 등을 상대로 한 종합정책질의, 10월31일~11월3일 경제·비경제 부별 심사, 11월30일 전체회의 의결을 예정해 놨다.

정 의장의 출신당인 더민주 소속 김현미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은 것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현미 위원장은 지난 8월 추경예산안 심의 당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협상이 야권의 요구대로 되지 않자 추경예산 심의를 중단시킨 바 있다. 

특히 더민주는 누리과정 예산안의 중앙정부 부담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향후 예산안 심의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가 여야 3당 정책위 의장과 협의해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게 더민주의 입장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방어가 실패할 경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마지막 카드로 거론된다. 예산부수법안도 국회 의결 사항인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임기를 1년여 앞두고 공약을 이행하고 레임덕을 막아야 하는 청와대로선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세율인상을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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