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6자수석대표 수행거부에 30~40조규모 사업 합의 뭔가"
총 10대질문 제시…"모든 방법 동원해 국민앞에 진상 밝혀낼것"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김정일 정권의 결재를 받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결정하는 것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송민순 회고록'에 근거한 10가지 사항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을 공식 요구했다.

담석 수술로 지난 주말까지 입원했다가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전 중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2007년 10월 전후로 있었던 추악한 대북거래에 대해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며 10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우선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451쪽을 근거로 문 전 대표에게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내렸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김정일에게 어떻게 결재를 받았는지, 2007년 11월20일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백종천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북측으로부터의 반응이라면서 송 전 장관에게 전해준 쪽지는 어떤 경로로 북한의 누구에게서 받아온 쪽지인가"라고 물었다.

둘째로 회고록 452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게 물어볼 것 없이 (결의안)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텐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 말한 대목을 들어 "대한민국 정부가 김정일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하면 장관을 해임해야 할 정도로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냐"고 지적했다.

셋째로는 회고록 410쪽에 송 전 장관이 '아무리 늦어도 대통령이 8월3일을 남북정상회담 날짜로 결심한 직후 미국에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지 못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라고 적은 대목을 제시, "어떤 이유로 혈맹인 미국에게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나. 미국에 숨겨야만 하는 어떤 거래가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직접 들고 나와 '북한인권결의안 북한 결재사건'의 당사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당시 대통령비서실장)를 향해 10대 의혹 사항에 대해 공개질의했다./사진=미디어펜


정 원내대표는 네번째로 "17대 대통령 선거를 두달 앞둔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도대체 김정일과 무슨 뒷거래를 했나"라며 "10·4남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은 현금을 얼마나 요구했고 어떤 통로를 통해 협상이 진행됐는지 협상의 전 과정을 밝히라"고 문 전 대표를 추궁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는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대가로 북측에 4억5000만달러를 전달했고, 북한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접촉해 옥수수 10만톤, 쌀 40만톤, 비료 30만톤,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달러어치,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자본금 100억달러 지원 등을 회담 성사의 대가로 요구한 바 있다.

다섯번째로는 회고록 423~424쪽에 담긴 10·4 합의문 초안에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담긴 '3자 또는 4자간 종전 선언' 문구가 문제제기 대상이 됐다. 기존의 한국·미국·일본·북한·중국·러시아 6자 협의체제를 깨고 3~4개국만이 6·25전쟁 종전선언을 하자는 의미로, 최소 2개국을 종전선언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 원내대표는 "북한 현지 파견팀과 교신을 관리했던 문 전 대표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밝혀야 한다. 무슨 이유로 김정일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고, 3자 종전선언이 추진될 경우 혈맹인 미국이나 당사국인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종전선언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섯번째로 회고록 428~429쪽에 근거, 송 전 장관이 10·4 남북회담에 앞서 북핵문제 논의를 위해 자신 또는 천영우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회담에 수행시켜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문 전 대표가 이를 거부한 이유도 물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해 전부터 시작된 북한 핵실험 문제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일곱번째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마주한 자리에서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는지 여부가 질문 대상이 됐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문 전 대표의 해명 내용을 겨냥 "다수결로 (결의안 관련) 김정일과 내통한 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외교정책 주무장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다수결로 정한 게 잘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여덟번째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북한에 다녀온 직후 '개혁개방은 북한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굳이 싫어하는 개혁개방을 할 필요없다'고 했다"며 "회고록 423쪽을 보면 노무현 정권은 당시 추계로 30조~40조원 규모의 12개 분야 36개 합의사업을 추진키로 김정일과 약속했다"면서 "결국 김정일 정권에게 퍼주기 위해 북한에 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노무현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교대학원 총장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지난 12일 발간된 이래 정계에 일대 파문이 일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아울러 아홉번째로 회고록 408쪽에 친노계 좌장격인 이해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상회담 날짜를 정확히 알고 언급했던 언론 보도가 나온 것도 지적사항이 됐다. "당시 현직 총리도 아니고 남북관계에 대해선 사인(私人)에 불과했던 이해찬 의원이 어떻게 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를 언론에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었는지, 주무장관의 의견은 묵살된 채 몇몇 친노 실세들이 대북협상을 주무른 건 아닌가"라고 답변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정 원내대표는 "열번째, 2006년 10월 제1차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 요구는 무시하면서 대선용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노무현 정권과 문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5차 핵실험 등 작금의 북핵 위기에 대해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정일에게 서해 NLL을 내주고 현금 수십조를 갖다 바치겠다는 합의를 추진하고, 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는 김정일에게 결재받고 그런 사실들을 숨기기 위해 사초에 손대려고 했던 문 전 대표는 모든 진상을 밝히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와 관련된 이재정(당시 통일부 장관)씨, 김만복(당시 국가정보원장)씨, 백종천(당시 안보실장)씨는 일방적으로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송 전 장관을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발조치를 하든지 국회 운영위나 정보위에 나와 정확하게 소명하라"고 말했다. 거론된 인사들의 회고록 내용 부정에 대해선 "(송 전 장관이)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양심선언같았던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보면서 진보좌파세력들의 사드배치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한미FTA 반대 등에서 보여줬던 이해할 수 없는 종북행태들이 어떤 커넥션 하에 벌어졌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국기를 바로세운다는 심정으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과 검찰수사,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민 앞에 그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겠다"고 천명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