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량국가…표결 자문이든 사후통보든 상상할 수 없는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9일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김정일 정권의 의견을 듣고 '기권'했다는 내용의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회고록의 진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답했다고 새누리당 이완영·더불어민주당 김병기·국민의당 이태규 정보위 간사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 '빙하는 움직인다'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월 16일과 18일 당시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5인이 참석한 두 차례의 회의에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 찬반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주무장관인 자신의 반대로 결론내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측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비서실장이 '남북경로를 통해 묻자'고 결론낸 뒤 북측에 의견을 구했으며, 같은달 20일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의 결의안 반대 입장이 담긴 '쪽지'를 받고 기권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노 대통령에게 백종천 안보실장이 이 쪽지를 전달했으며, 사전에 자신에게 그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송 전 장관은 기술했다. 그러나 백 전 안보실장은 최근 해당 쪽지에 대해 '국정원 대북 동향보고'에 불과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문제의 북측 쪽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정보 사안이기 때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원칙이 적용된다"며 "과연 쪽지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을 때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기준에서 볼 때는 지금 말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료 존재 여부에 대해선 "확인 중"이라며 "쪽지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다 없다 자체가 기밀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못한다"고 한 뒤, "북한이 불량 국가이기는 하지만 이는 국정원 신의에 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느냐"는 새누리당 위원들의 질문에 "정말 어처구니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라면서 야당에서 주장한 '사후 통보' 케이스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의 '정'자에도 다가서려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러한 논란에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휘말리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기 때문에 정치에서 벗어나는 게 국정원 운영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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