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비서실장 "부적절한 표현"…정진석 위원장 "3당간사 협의" 정회선포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운영위원회 2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모금을 '강제모금'으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재단 설립 과정 설명 내용을 들어 "재단 머리",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단정해 국가원수 모독 논란이 일었다.

우선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즉각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반발했고 새누리당에서도 문제제기가 쏟아졌지만 노 원내대표가 오히려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버티며 새누리당 측의 반발을 키운 끝에 국감 파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진석 운영위원장은 당초 "위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본다"면서도 국감을 계속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노 원내대표가 탄핵소추까지 거론하자, 국감을 중지하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제외한 3당 운영위 간사간 협의를 통해 논란을 매듭지을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노 원내대표는 "두 재단 문제의 핵심은 과연 강제 모금이냐 자발적 모금이냐 하는 것"이라면서 "어제(20일)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선행이나 미담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담이나 선행으로 생각한다면 죄의식 없는 확신범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원종 비서실장은 이에 "노 의원님 질의 도중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란 표현을 쓰셨는데 공식석상에서 국가원수에 대해 그렇게 말하실 수 있느냐"며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해도 공개석상에서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한 것은 정말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당시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던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는 국회의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좀 더 세련된 운영위가 됐으면 한다"고 주의를 주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에서 지속적으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지상욱 의원이 가장 먼저 "아무리 개인 의견이더라도 한 나라의 현직 대통령이고 국가원수인데,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란 표현은 배격돼야한다"며 "그런 표현으로 국감장을 흐린 것에 대해 재발하지 않게끔 노 선배님이 사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진석 위원장도 "맥락은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이 보고있는 국감 현장에서 그 표현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노 원내대표가 정중하게 바로잡아주시라"며 위원장 자격으로서의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노 의원은 "강제모금이었다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며 "이는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법률을 위배해선 안 되는 것이다. 치외법권지대냐"라면서 "확신범이란 게 죄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 아니냐.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강변했다.

이양수 의원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스스로 범죄인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치를 오래 하신 선배로서 오히려 저희를 (예의를) 가르쳐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노 원내대표에게 핀잔을 준 뒤 '통큰 사과'와 '향후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그럼에도 노 원내대표가 계속 반발하고 나서자 "제가 위원장으로서 발언권을 드리지 않았다"고 일축한 뒤 "별도 사과와 정정발언을 할 의향이 없으시다 하니 이 자리는 (일단) 넘어가지만, 매우 유감스럽다"고 경고했다.

뒤이어 이은권 의원은 "(노 의원이) 마치 단정적으로 두 재단의 자금이 강압과 억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낸거라고 단정한다"며 "검찰 수사를 하고 있고, 결정도 안 난 사항을 단정해서 확신범이다, 재단 머리다, 표현하는 건 가능하면 노 의원이 사과하고 속기록에서의 삭제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자 노 원내대표는 발언권을 받아낸 뒤 "염려하고 지적해주신 뜻은 고맙게 받겠다"면서도 오히려 "강제모금으로 밝혀지면 대통령이 위법이다.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고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정 위원장이 보다 못해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는 게 어떤 맥락의 말씀이냐'고 1대 1로 따져 묻자 그는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모금좀 해달라'고 하면 자발적이냐"면서 "위력에의한 영업방해에 다름없다. 죄의식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고 박 대통령 비난에 열을 올렸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나서서 "정 위원장이 정리하신대로 넘어가야 한다"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사과 없이 지나가기엔 많이 지나간 것 같다"며 "몇마디 말로 빠져나오려 하면 거미줄에 더 깊게 빠질 뿐"이라면서 "위원회 차원에서 위원장이 사과를 받지 않기에 사안이 중대하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3당 간사간 이 문제의 논의 결과를 기다린다"며 오후 7시5분쯤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그러나 운영위는 감사 중지 2시간여만인 오후 9시쯤 노 원내대표의 사과 없이 속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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