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새누리당으로부터 국정 쇄신 요구를 받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당의 제안에 대해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와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당은 앞서 이날 오전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관련자 처벌과 국정쇄신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한 바 있다.

이때 지도부는 청와대 비서진·내각 인적쇄신과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특검 도입을 유보하는 듯했지만, 오후 중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에선 '특검 수용'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정현 대표의 당 운영 능력을 문제 삼으며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요구했던 비박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총에서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지만 무책임하게 지금 그만둘 수는 없다"고 했고,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자리를 버리라면 미련없이 저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 떠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를 하더라도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의지를 피력하며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나 원내대표인 저나 누구든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언제라도 자리에서 물러나 사태를 수습할 수 있으면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수습을 하는 것이 문제인 만큼 뽑힌지 얼마 되지 않은 지도부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도 있었지만 그러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어 결론이 난 게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 직후 "당 대표인 저는 오늘부터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면서 사태 수습을 지휘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