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입수'·'崔 귀국소식' 언론 선수…국정혼란 가중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 설립·모금 과정 의혹이 최순실씨를 둘러싼 비선실세 의혹으로 비화하면서 검찰이 26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정작 핵심 인사들은 모두 출국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진행됐다.

최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한 JTBC의 지난 24일 보도로 '연설문 유출' 파문이 인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를 시인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전부 떠안게 됐지만, '비선 협력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종적을 감춰 진상규명 장애와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두 재단 관련 의혹 수사가 지난 5일 검찰에 배당된 지 21일 만에 최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을 두고 '뒷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은 이날 두 재단 본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사무실 및 최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자택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풍문에 그쳤던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수색 자료들의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최씨와 차씨는 종적을 감춘 뒤로 실제 소환여부가 불투명하며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더블루K 이사 고영태씨와, 의혹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씨는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비덱스포츠와 더블루K 등 최씨의 개인회사들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증거인멸 시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 수사는 당초 본류였던 두 재단의 설립 배경과 강제 모금 의혹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최씨와 차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 청와대 관계자나 대기업 인사에 상관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며 수사팀 확대·재편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아울러 최씨 딸 정씨의 부정입학 의혹 사건을 수사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앞서 한 단체는 지난 21일 정씨의 부정입학 의혹을 밝혀달라며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초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배경 및 자금유용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사건인 만큼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다 이후 JTBC에서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해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개를 비롯한 200여개의 파일을 발견·보도했고 박 대통령이 즉각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커졌다.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진 검찰은 이날 뒤늦게 태블릿PC를 전달받고 강제수사도 진행했으나 이미 정치권 등에서 탄핵이나 특검 도입 주장이 빗발친 뒤인 데다, 핵심 인물들의 소재파악도 하지 못해 일각에선 '정권 눈치보기 뒷북수사', 다른 한편에선 '의혹 확대재생산 방조' 비난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후까지도 최씨와 정씨가 독일에 체류 중이란 사실만 파악했을 뿐 구체적 위치는 알지 못해 사실상 신병 확보가 요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TV가 스스로를 최씨 지인이라고 소개한 인물의 제보를 소개하면서 최씨가 '조만간 독일에서 귀국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거듭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드러난 것으로, 검찰의 실질 기여도는 전무한 셈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이 이날 특검 도입을 각각 당론으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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