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비선실세 논란 핵심인 최순실씨의 각종 의혹 관련 원내 제1·2당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특별검사 도입 당론을 정한 가운데 27일 제3당인 국민의당이 즉각적인 특검에 반대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각각 129석과 121석으로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합의한 만큼 특검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될 전망이나 '상설특검이냐, 별도특검이냐'를 놓고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선 여야 모두 탄핵·하야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 일각에서 탈당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26일)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국정원 특검을 실시하기로 정했다. 만장일치로 동의해준 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최순실 비리사건을 한점 의혹없이 파헤쳐 관련자들을 모두 사법부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최순실씨와 차은택씨 신병을 확보하는 것과 최소한의 증거물 확보"라며 "특검 내용을 가다듬고 진상규명을 위한 제대로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거당적으로 협력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특검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특검을 하면 몸통은 수사 못하고 깃털만 구속된다"며 더민주를 겨냥 "최근 '송민순 회고록' (논란), 개헌 (반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동행명령 반대, 이번 특검 결정까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특검 도입에 반대했다.

그는 "성급한 더민주가 특검의 칼을 빼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정략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으며,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면전환용 특검을 무조건 받아주는 건 아니다"고 재차 촉구했다.

여야 3당은 최근 사회 일각에서 탄핵 또는 하야 요구가 일고 있는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선 탈당 이상의 조치를 거론하지 않는 대신 청와대 참모진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겨냥한 사퇴 요구를 제기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을 '식물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우리가 재야 시민단체나 학생들, 일부 흥분한 국민처럼 탄핵을 요구하고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야당이 탄핵을 가결해서 역풍을 맞은 걸 잘 기억한다"고 탄핵 역풍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감동적 자백과 탈당, 인적쇄신만이 대통령이 현재의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길"이라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한편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속칭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을 겨냥한 사퇴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비박계 김용태·이종구·나경원 의원 등이 대통령 탈당을 주장해온 가운데,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탈당하라는 건 여당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3당은 이날 오후 김도읍 새누리당·박완주 더민주·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특검 세부 조건에 관한 협상을 개시했다.

하지만 협상 시작부터 새누리당은 '상설특검', 더민주는 '별도특검', 국민의당은 '선 수사 후 특검' 등 기존의 이견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이같은 입장차는 여야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은 특검 추천권을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4인 등 7명으로 이뤄진 특검후보추천위로 명시하고 있는 반면, 별도 특검법에서는 추천권도 여야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별도특검을 하면 야당이 추천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사건 특검' 때는 이례적으로 제1야당인 더민주이 추천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수사 기간도 차이가 난다. 상설특검은 임명일로부터 최대 110일간으로 규정돼있지만, 별도특검은 여야 협상을 통해 특검법에서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상설특검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권자라는 것도 더민주의 반대 사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상설특검을 폐지해야 하나. 야당이 선창해서 여야 합의로 (2014년) 만든 제도 아닌가. 한번도 써보지 않는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라며 "여야가 망라된 상설특검추천위가 (특별검사 추천을) 결정하는 것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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