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등 주인없는 방송사 만든 독소조항, 정부여당 심각성모른채 덥썩받아

   
▲ 황근 선문대교수
지난 227일 국회 미디어방송통신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간에 합의한 방송편성위원회관련 조항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방송편성위원회란 회사측과 종사자(노조)측을 대표하는 동수의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방송사의 편성과 관련된 내용들을 논의하고 합의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모든 언론사들과 전문가들이 이 개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여당인 새누리당이 한발 빼고 있는 상태다. 왜냐하면 신문사의 편집권과 마찬가지로 방송사의 편성권은 방송사의 고유한 권한이고, 모든 방송사들은 편성책임자를 선정해 어떤 내·외부의 간섭으로부터도 편성권을 수호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법적으로 볼 때, 편성위원회는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더 크게는 자유민주주의의 골간을 흔드는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헌여부를 떠나 더 큰 문제는 편성위원회가 방송사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지금 KBS, MBC 같은 주인 없는 방송사(?)’를 만드는 악의적 독소규정이라는 점이다.

이미 KBS MBC 같은 공영방송사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방송법 개정을 통해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도 이 규정이 방송사의 경영권과 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밀어 부친 결과다. 물론 진보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유진영의 저항이 미약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

   
▲ 국회 미디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방송사에 노사동수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조항을 관련법에 신설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은 방송사의 자율적인 편성권과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이다. 더 나아가 노조를 통해 야당과 좌파세력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집요한 음모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이 이 조항의 심각성을 모르고 야당의 주장을 덮석 받아들이는 잘못을 저질렀다. 여야가 지난 27일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다.

그런데 왜 야당과 진보세력들은 방송편성위원회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노조를 통해 KBSMBC 등 주요 지상파방송사들의 경영권을 장악했던 야당, 진보진영 등의 달콤한 기억 때문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 방송은 보수진영이 사실상 안정적으로 지배해왔다. 때문에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언론민주화라는 명목을 내걸고 여러 제도개선을 통해 방송영역을 장악하고자 시도하게 된다.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를 시작으로 방송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른바 방송민주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노사가 합의해서 운영하는 방송편성위원회와 편성규약이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편성이라는 단순한 내용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편성을 개념적으로 정의하면, ‘프로그램을 시간적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스마트미디어들이 등장하면서 시간적 배열 뿐 아니라 공간적 배열까지 편성개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찌됐든 편성은 방송사가 제작한 생산물(product)인 프로그램들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편성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의 모든 제작과정이나 요소들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편성위원회는 방송사의 조직, 인력, 재원, 기술 등 모든 영역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사실상 경영위원회 처럼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편성위원회는 종사자를 대표하는 노조가 실질적으로 방송의 모든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미 편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KBS만 보더라도, 편성위원회에서 제기하는 안건들은 여기서 제기되는 안건들은 대부분 사측이 아니라 노조측이다 단순히 특정 프로그램의 문제를 넘어 이를 빌미삼아 사장 및 임원 퇴출과 같은 정치적 쟁점화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두 개의 노조를 가지고 있는 KBS의 경우에는 심하게 표현하면 편성위원회 또 비슷한 성격의 공정방송위원회같은 곳에서 노사간에 소모전을 치르다 지치기 마련이다. 물론 이같이 지루한 협상에서 실질적 권한이나 책임성이 약한 사측 대표들이 고도의 협상전술을 구사하는 노조대표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년 만에 되찾았다는 우파 이명박 정부나 현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주요 지상파방송사는 여전히 진보및 좌파진영이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승만, 박정희 같은 전직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는 노조 측이 문제 제기해 방송에 큰 어려움을 겪거나 결국 좌절됐지만, 인민해방군가 작곡가인 정율성이 국민적 영웅으로 묘사된 말도 안되는 특집 다큐멘터리가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일부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은 사측에서 아무런 관여조차 하지 못하거나 결국 노조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편성위원회 설치의무화를 모든 민간방송사에도 확대하는 개정안은 방송사의 경영권 침해 문제를 넘어 노조를 통한 야당과 진보진영의 언론장악 의도와 절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KBS이사회 야당 지분 확대, 사장선출 특별다수제 도입과 같은 외형적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야당의 요구를 막기 위해,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편성위원회 확대요구를 수용한 것은 현재 정부·여당의 전문성과 정치력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편성위원회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후 집요하게 추진해 온 특히 우파정부 집권이후 더 강렬해진 - 진보세력의 방송장악 의지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그동안 언론노조를 통한 방송의 정치 지형화, 방송사 상·하 위계질서를 붕괴시킨 팀제 도입, 정연주 사장시절 이루어진 진보 좌파 언론사출신 특채와 함께 편성위원회는 핵심 전략 중에 하나인 것이다. 이번 법개정을 통해 편성위원회를 구성을 의무화 한 후에 보수적 성향의 종합편성채널 등에 진보 좌파 성향의 노조를 구축해 경영권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순한 의도의 편성위원회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모든 방송사에 확대하는 야당의 시도를 선듯받아들인 현 정부 역시 반성해야 할 것이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