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30일 오전 영국에서 귀국함에 따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브리티시에어웨이스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스스로 귀국했다. 이번 귀국에 딸 정유라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최순실씨는 귀국 직후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대표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국민께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순실씨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며 "국민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 드리는 심정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경 변호사는 최순실씨의 귀국 배경에 대해 "너무나 큰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어떤 불상사 생길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고 밝혀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정확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진술을 듣기 위해선 몸을 추스를 여유가 필요하다. 검찰에서 소환하면 어떤 경우에도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검찰 수사팀과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오늘은 최씨를 소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혀 최씨는 이르면 31일, 늦어도 내달 초에는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깊이 개입하고 이들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 개인 회사인 더블루K·비덱코리아 등을 통해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관련 자료를 미리 받아보고 정씨가 합격하도록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또한 조사 대상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의 국방·외교·경제·대북 관련 기밀 문건을 사전 열람하는 등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순실씨 귀국에 맞춰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청와대 사무실과 별도로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을 비롯한 관련자 자택도 전면적으로 압수수색해 이메일 내역, 업무 관련 서류 등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은 갖고 있던 휴대전화도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최순실씨의 최측근 '2인방'인 고영태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제의 태블릿PC 개통자로 지목된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소속 김한수 선임행정관, 최씨를 수행·보좌했다는 의혹을 받는 청와대 제2부속실 이영선 전 행정관도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