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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 자유경제원 연구원 |
1987년 민주화 이후의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최고의 선택을 해왔다. 집권과정과 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속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모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임기 중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를 잘못만나 민주주의도 경제도 발전은커녕 파탄이 나 국민이 도탄에 빠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수많은 나라 국민들에 비해 우리 국민은 행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갖는 위상이 지도자를 뽑는 능력이었다고 평가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육사11기 출신으로 12·12군사반란의 주역이었던 노태우 대통령. '보통사람'을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당선된다. 당시는 권위주의가 정점에 달했었고, 시장경제체제가 건강히 정착되지 않아 소수 특권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국민들의 저변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국가원수가 '보통사람'을 자처하고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여러 상징적 조치들을 취한 것은 민심과 시대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이었다. 특히 그는 북방외교를 통해 한중수교, 한러 수교는 물론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등 우리 안보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업적을 남겼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의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으로 대통령이 됐고 30여년 만에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는 취임 직후 군 인사와 보직을 농단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에 위협이 되는 세계에서도 유례 없던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했고, 구 조선총독부건물 철거가 상징하는 역사바로세우기는 물론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등록제 도입으로 우리 사회 투명성 향상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업적을 남겼다. 임기 말 당시 야당의 김대중 총재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됐지만 노동시장개혁도 시도하였다. 이는 IMF위기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IMF가 오롯이 YS의 책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민주화의 또 다른 큰 산은 '준비된 대통령' 기치를 내걸었던 김대중 대통령. 분단 40년의 염원을 담은 햇볕정책을 내놓았다. 정부 내에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은 대북 감시의 최첨병이 되고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되, 통일부와 외교부는 끊임없이 북한 정권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정점에서 대통령이 고도의 통치행위를 통해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 분담이 이상적이라는 점에서 햇볕정책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그 바탕위에서 한미일 협력과 중․러의 비적성화를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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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가 열리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서민의 상징이었다. '검정고시 출신의 인권변호사' 였던 그는 집권 후 정부 정책의 기본 마인드에 '서민대중'을 투영시키고,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 우리 사회 주류의 기득권과 특권을 축소했고 국민 참여 정치와 행정을 과감하게 확대하였다. 임기 내내 그는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국정을 수행했으며 우리 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화두를 던졌다.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이명박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흙수저' 출신도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회임을 보여줬다. 또한 경제 대통령답게 세계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에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유지시켰다. 4대강 사업 은 가뭄과 홍수 피해가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는 중요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앞서 나열한 것들은 역대 정권이 내세운 메시지와 대통령이 일체가 돼 해온 커다란 줄기이다. 그리고 현대국가에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비전제시와 그 비전의 심벌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시대별로 적재적소격의 대통령을 선택해 온 셈이다.
물론 다른 시각에서 보면 '개인 노태우'는 4000억 비자금으로 상징되는 부정부패의 어두움이 있고, '개인 김영삼'은 디테일이 취약했으며 권력욕이 컸다. 야당에 정권까지 내줄 정도였으니 그 권력욕이 얼마나 큰 것인가. '개인 김대중'은 정직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른바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진행된 일들의 민낯은 경악스럽다.
북한정권으로 흘러간 수십조의 혈세는 현재 우리 '머리위의 핵' 과 유사시 '김정은의 망명자금' 이 되어 돌아왔다. 김정일이 받아봤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밀 자료들, 국정원에 가해진 대규모 수술 등을 생각하면 10년 만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개인 노무현'은 언론에 대한 반감으로 청와대의 언론실을 폐지했고 최근엔 참여정부의 국가안보회의실에서 김정일에 의견을 물어보고 인권법을 처리하네 마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MB 역시 4대강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비리의혹이 상징하듯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메시지와 국정 기조가 아닌 '개인 누구누구' 의 뒷모습들은 반대 세력에만 중요한 문제로, 그러니까 야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민주화·탈권위주의·공정사회·경제성장·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만들어 낸 선택만이 역사로 기록될 뿐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행정국가에 진입했다. 대통령이 누가되든 돌아가게는 되어있고 쉽게 망하지도 않는 구조이다. (최근에 들어서 살짝 의심이 가긴 하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촉구 현장에서 '국정원 해체' 피켓을 들고 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국정원이 해체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구시대를 안장할 사명과 40%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동력으로 대한민국이 통일할 체력을 튼튼히 다져놓아야 하는 두 개의 사명이 있었다. 그것이 구체화된 메시지가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이 문장을 대통령이 만들었든 참모진이 만들었든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과제에 있어서 최고의 심벌이기 때문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은 국정마비와 도심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 집회, 그리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사분오열중인 보수 세력의 모습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언론의 저널리즘에 진' 것이다. 밝혀진 진실에 의해 '개인 박근혜' 가 임기후 실형을 살든 광화문 광장에서 석고대죄를 하든 관심이 없다 나는. 그러나 지금 이건 아니지 않나. 진실과 과장과 허위가 뒤섞여 난무하고 있다. 언론이 여기서 더 나간다면 공멸하자는 것 밖에 안 된다. 국민은 언론에게 대한민국을 개판으로 만들 권한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필자는 '개인 박근혜'를 믿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는다.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것은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을 묶은 자들이 결자해지하는 방법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에 대한 읍참마속을 포함한 인적 쇄신을 통해 진정성을 입증하여 국정마비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은 그간의 찌라시성 보도들을 정정해야 한다. 정치권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고 난 연후에, 그리고 그런 후에도 인적쇄신이 미진하다면, 그때 대통령 하야 주장이든 정권퇴진 운동이든 엄중한 징벌의 채찍을 들어도 늦지 않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상처가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역사 주체가 눈물 흘리고 있다. /여명 자유경제원 연구원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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