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진행에 비박 김무성측 거센 반발…표결 통해 유지키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이 4일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가 있은 뒤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에 나섰지만, 직후 의원총회에서 공개진행 여부 논란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또다시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당내 비박계가 주도해온 '이정현 지도부 사퇴론'을 의제로 한 의총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여론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날 오후 의총 개최 직전 의원 80여명이 국회 로텐더홀에 집결해 "사즉생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하며 단체 사죄 퍼포먼스를 벌였지만, 순식간에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면도 있다.

당 지도부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에서 본격 자유발언 시작에 앞서 소속 의원들의 '정쟁 자제'를 당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보수의 위기 극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이 자리에 계신 의원 여러분에게 달렸다. 우리 당은 대한민국 유일 보수정당"이라며 "분당이나 창당을 반복해 온 야당과는 그 뿌리부터 다르다"고 밝혀뒀다.

그러면서 "머리 숙여 국민 앞에 사죄하자마자 우리가 정쟁과 분열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시겠나"라며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보수를 다시 세운다는 자세로 치열하고 기탄없는 토론을 해주시되 차분하고 질서있는 자세로 의총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에 대한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4일 뒤이어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하며 단체 사죄 퍼포먼스를 벌인 뒤 의원총회를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이정현 대표는 차분한 어조로 "형언할 수 없이 죄송하다. 저는 친박"이라며 "84년도에 정치권에 들어와 20년 뒤인 2004년도 박근혜 대통령을 당대표로 처음 뵀고, 그때부터 수석부대변인으로서 모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 지금 이 순간까지 함께 모든 정치를 해왔다"고 언급했다. 최순실 파문에서 친박이 '낙인'이 된 형국에서 이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거듭 "저는 전형적인 친박이고 모든 부분에서 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뒤 "저는 어떠한 정치적인 책임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면서 "오늘 여러가지 말씀들 주시고,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 제가 판단해야 될 사안이 있으면 판단하겠다. 기탄없이 말씀해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발언에 이어 김광림 정책위의장의 발언 순서가 돌아왔으나, 김 정책위의장이 사양하고 의총은 사전 협의대로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자 비박계에서 "공개해 공개. 공개가 원칙이야. 국민 앞에 떳떳이 얘기해야지"(이종구 의원)라고 고성이 나왔으며, 지도부 퇴진 움직임에 참여하면서 당 홍보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오신환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공개 의총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른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의 결정에 따라달라. 원내대표에게 그만한 권한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개하려면 저를 탄핵한다음 하시라"고 항변했다. 이어 "원내지도부가 결정한 건데 이렇게 하실 거냐"고 덧붙였다.

다른 비박계 의원이 "비공개로 하시려면 해야 한다. 공개가 원칙"이라고 반발하며 "비공개로 하려면 절차를 밟아서 하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여기서 이것 갖고 싸울거냐"며 "뭘 물어봐요!"하고 함께 목소리를 높였고, 홍문표 의원은 "원내대표가 뭘 이렇게 소리를 지르느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원내대표님을 겁박하는 것이냐. 뭐하는 것인가 지금"이라고 비박계의 자중을 요구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의 의총 비공개 진행 방침에 따라달라고 참석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의원들을 지금 겁박하냐"며 "사과하라"고 정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느 누구도 제게 공개, 비공개를 (사전에) 요구한 바 없다"며 "오늘 회의 방식은 아침에 원내지도부가 결정했고 그렇게 쭉 해왔다"고 맞섰다.

이에 김성태 의원이 "아니 원내대표가 혼자만 원내대표합니까"라고 소리치자 참석자들 다수가 술렁이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에 개의치 않고 사과하라는 요구를 거듭하자 정 원내대표는 "너무 나갔는데 사과드린다"며 일단 정리하려 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대표님 비공개 (사전 결정)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당헌당규에 공개가 원칙이고 의원들이 오케이 하면 비공개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나섰고,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중 의총을 가장 많이 개최한 게 저일 것"이라며 한번도 공개, 비공개를 갖고 현장에서 의원들이 이의제기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던 중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대표님 비공개로 예정된 것이니 비공개로 하고, 중간에라도 꼭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으면 하십시다"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후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된 가운데, 내부 표결을 거쳐 참석자 중 66%에 달하는 의원들의 찬성으로 비공개 의총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 기준 내부에선 37명 이상의 의원들이 자유 발언을 신청해 지도부 사퇴론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밝힌 가운데, 발언을 마친 21명의 의원들의 찬반은 '반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